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바이러스에 관한 단편영화’ 두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좀비영화 열풍과 코로나19 사태에 시의적절한 영화인 듯하다. 이우동 감독의 <병>과 이병윤(예명:BEFF) 감독의 <유월>은 각기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로 한국 독립영화계의 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병윤 감독의 <유월>은 2018년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무용영화, 댄스무비이다. 아니 댄서가 드라큘라에게 물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웬 바이러스? 영화는 한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한다. 소년 유월(심현서)은 한시도 몸을 가만있지 못하고 온몸을 배배 꼰다. 온통 댄서의 열정에 가득한 아이 같다. 그런데 담임선생님 혜림(최민)은 그런 유월과, 그런 학생들이 끔찍히도 싫은 모양이다. 마치 ‘B사감과 러브레터’의 사감처럼 절도와 제어, 훈육을 강요한다. 그러던 중 괴이하게도 마치 ‘댄스바이러스’라도 퍼지는 듯, 온 교실에 춤의 열풍이 넘친다. ‘집단무용증’의 전염이 시작된 것이다. 유월에게서 시작된 춤바람은 어느새 학급 친구들에게 퍼지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미친 듯이, 흥겨운 춤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혜림 선생은 유월을 잡으러 뛰기 시작하고 유월은 교실을 빠져나가 복도로, 학교 운동장으로 마구 날뛰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이제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들도, 마지막엔 담임선생 혜림까지 춤의 본능이 꿈틀거리며 운동장을, 교실을 춤의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 영화는 한예종 졸업워크샵 작품이다. 춤을 좋아하는 감독이 춤을 좋아하는 배우들을 불러 모아 한판 춤판을 펼치는 것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신경계 질환의 일종인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에서 ‘집단 무용증(댄스 바이러스)’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주인공 유월을 연기한 심현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타이틀 롤로 무대를 휘저었었다. 확실히 심현서에게는 댄서의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다. 영화 보는 내내 그야말로 발광하듯 온몸을 비틀고 휘젓는 춤사위가 환상적이다. 학생들과 선생님이 펼치는 군무 장면은 이게 독립/단편영화인가를 의심하게 할 만큼 절도 있고, 고퀄이다. <라라랜드> 버금가는 몰입감을 안겨준다.
영화는 책상에 가만 앉아 있어야하는, 규율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초등학생 유월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춤’이라는 행동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그 영혼이 사방팔방으로 전파되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긍정의 좀비바이러스’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 B사감 같이 삭막한 - 아마도 발레리나의 꿈을 접은 것으로 사료되는 - 혜림 선생까지 영혼의 힐링을 받게 된다.
‘유월’은 ‘빌리 엘리어트’처럼 소년에겐 꿈과 미래를 안겨주고, 그것을 보는 관객에겐 기쁨과 치유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사람들에겐 각자 접어둔 꿈이 있고, 좌절된 계획이 있을 것이다. “뭐 어때요. 괜찮아요.”는 유월이 꿈을 다시 찾은 혜림 선생님에게 하는 말이다. 괜찮은 게 아니다. 굉장한 것이다! <유월>을 통해 먼지 쌓인 그 꿈을 살짝 털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이 영화가 확실한 ‘무용영화’라는 것은 영화 끝나고 스크롤에서 확인된다. ‘안무감독’, ‘공동안무’. ‘듀엣안무’, ‘기계안무’, ‘탭댄스안무’ 등 많은 춤 스태프가 등장한다. ‘기계안무’는 ‘포크레인 안무’이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15일 00시 10분에 KBS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