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시간에는 ‘집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단편영화가 시청자를 찾는다. 그들이 찾는 집은 강남의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가 아니다. 내 한 몸 반듯이 누워,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독립영화’답게!
첫 번째 작품은 최병권 감독의 <복덕방>이다. 지난 2018년 열린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작품이다.
엄마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소에서 일을 거들고 있는 재광(정재광)은 오늘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집을 찾는 사람을 위해 동네를 돌고 있다. 그런 재광 앞에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현경(윤미경)이 나타난다. 이전 여자친구이다. 애매한 사이이다. 적은 돈에, 햇빛이 들어오는 남향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경이 구하는 집에 함께 살 남자친구를 보는 순간 난감해진다. 세 사람은 하루 종일 동네를 돌며 발품을 팔지만 쉽게 집을 구할 수가 없다. 그 돈에 맞추기도 어렵지만, 현경의 새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복덕방>은 ‘주거’라는 삶의 기본조건조차 확보할 수 없는 청년 세대와 이주민에 대한 현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현경은 ‘흑인’ 이주민 데이빗(브레넌 클리브랜드)과 함께 집을 구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좋은 집을 구할 수 있기는커녕, 흑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종차별은 계속 이어진다. 청년 세대와 이주민의 현실,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두 번째 작품은 문명환 감독의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집을 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지만, 소년과 소녀의 성장을 담은 드라마이다.
이혼한 엄마와 살고 있는 하정(송하정)은 방학 기간에 학원에서 댄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돌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또래 친구처럼 발표회 무대에서 자신의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다. 그런 하정의 유일한 말동무는 윤찬(박솔로몬)이다. 윤찬의 신세도 비슷하다. 아빠의 폭력을 피해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다. 동네 돈까스집 전단을 붙이고 빈집에서 잠을 자는 거리의 소년이다. 윤찬은 곧 군산에 갈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엄마랑 살았던 집을 기억한다며. 그 집은 비어 있을 것이라며, 그 집에서 살 것이라고. 하정은 윤찬을 따라 군산을 향한다. 그 집은 있을까, 소년을 반기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살고 않는 집>은 의외로 강한 울림을 전해준다. 소녀와 소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들은 힘들고, 어렵고, 외롭지만 작은 꿈과 작은 소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윤찬은 비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집 앞에서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뒤늦게 하정은 상황을 파악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 어두운 밤 도로를 달리는 버스 꽁무니의 불빛이 유난히 쓸쓸하고 가슴 아프다. 그리고, 하정과 엄마의 마지막 장면도 애잔하다.
문명환 감독은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와 <이월>,<흔들리는 물결> 등을 촬영한 촬영감독이자, <비행소녀>, <좋은 날>을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데, <독립영화관> 방송을 앞두고 감독은 “후시녹음이나 후반작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었지만 이런 것들이 오히려 현장의 좋은 느낌을 가렸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했다.”며 시청자의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오늘 밤 상영하는 <독립영화관>의 두 단편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고, 마음을 촉촉이 적실 작품이다. 7월 31일 KBS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