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된 중국영화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 더 무비>는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만든 것이다. 드라마는 중국 OTT인 아이치이(爱奇艺)에서 공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중화TV채널과 티빙에서 볼 수 있다. 24부작(우리나라에서는 22부작)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고, 곧바로 영화판 제작이 발표되었다. 작품은 전형적인 타임슬립 청춘로맨스이다. 풋풋한 로맨스, 애틋한 그리움, 잘못된 인연, 그리고 뜻밖의 사고. 이 모든 것을 수습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았지만, 과거는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많이 보아온 판타지 타임슬립물이다. 영화판이라는 것은 원래 열성 드라마의 기대에도 맞춰야하고, 장대한 서사를 효과적으로 압축시켜야하며, 원본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야한다.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더 무비>는 어땠을까. 중국 원제 ‘一闪一闪亮星星’은 ‘반짝반짝이는 별’이란 뜻이다.
영화는 달 표면에서 서 있는 남녀를 비추더니 곧바로 2010년 6월 8일, 중국의 대학수능시험인 까오카오(高考/普通高等学校招生全国统一考试) 현장을 비춘다. 수험장 밖은 내리는 비속에 학부모들이 잔뜩 긴장한 채 모여 있고, 남자주인공 장완선(굴초소)이 서둘러 답안지를 내고 뛰어나온다. 황급히 달려간 곳은 콘서트 티켓판매소. 곧 열릴 달 착륙 50주년 기념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방금 매진되었어요. 저기 저 여학생이 마지막 두 장 사갔으니 가서 말해보세요”란다. 장완선은 그 여학생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티켓..”이야기를 꺼내지만 여학생은 단호하게 “안 팔아요”란다. 버스에서 다시 마주치자 다시 한 번 이야기를 꺼내려하지만 역시 단호하게 “안 팔아요”. 남자주인공은 왜 이리 콘서트 티켓에 목을 맬까. 다행히 공연장 자원봉사에 당첨되어 콘서트장을 미리 가보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다시 그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운명일까, 인연일까. 알고 보니 장완선은 그 여학생, 린베이싱(장자닝)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오래 전부터. 초등학생 시절. 그때도 우연인지 인연인지 친구가 될 것 같은 순간, 여학생은 ‘드라마처럼’ 전학을 간단다. “우리 친구 맞아?” 묻자 린베이싱은 달밤의 공원 한 쪽을 가리키며 “네가 저 곳에 올라갈 수 있다면 친구가 될 수 있어!”란다. 달빛이 교교히 비치는 공원, 소년은 소녀가 가리킨 곳에 대관람차 너머 밝은 달을 바라보며 “언젠가 저 달에 갈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고등학교에서 다시 마주치지만 여학생은 남학생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공연장에서는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이제 사고 전의 순간으로, 자기를 기억하는 시간으로, 아니, 자기를 알아보지 못해도 그 사고를 막기 위해 뛰어야한다. 그런데 시간의 패러독스, 타임슬립의 공간에는 수많은 버전이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평행세계란 것이. 그리고, 장완선과 린베이싱은 각자의 역할에 깊숙이 빠져있다. 과연 시간과 공간이 두 사람을 적시에 연결시켜 줄 수 있을까.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려한다.
어쩌면 로맨스물에서 ‘타임슬립’ 이야기는 가장 게으른 설정이 되어버린 듯하다. 사랑했었고, 사별했고, 그 사람을 잊을 수 없고, 비통한 시간을 보낸 뒤 우연히 시공간의 뒤틀림에 빠져들고,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설정이 개입하고, 결국은 평행세계든, 멀티버스든, 진정한 사랑은 ‘그 이름과 소중한 기억’만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에서도 그런 상상력의 확장과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소꿉장난 시절의 옛 친구를 다시 만나 애틋한 짝사랑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러다가 그 사람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기다림이고, 지켜주는 것이며, 철저한 희생인 것이다. 아마도, 국내 드라마 제작자가 이 작품을 본다면 한국식 드라마 리메이크를 생각해봄직하다. 많이 보아온 스토리라인이지만 변형 가능성이 많은, 창작의 공간이 활짝 열린 구조이다. 어쩌면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진화가 될지도 모른다.
장완선을 연기한 굴초소(屈楚萧 취츄샤오/Qu ChuXiao)는 1994년 스츄안성 출신에 중앙희극학교(드라마스쿨) 연기과를 나온 배우이다. <유랑지구>와 <소년적니>에도 출연했었다. 린베이싱을 연기한 장자닝(张佳宁)은 1989년 지린성 출신의 배우이다. 극중 미술학도 가오꺼(高歌)로 나온 푸징(傅菁)은 중국판 <프로듀서101>인 <창조101>에서 최종 10위에 오른 가수이자 배우이다. 극중에서 주요한 공간이 되는 서점 주인 라오시에로 나오는 배우는 <푸른 연>(1993)을 감독했던 텐좡좡(田壮壮)이다. 감독, 제작, 배우로 많은 영화에 출연했었다. 최근 배우로 나온 작품은 <본 투 플라이>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장률 감독의 <백광지탑>이 있다.
극중 장완선과 린베이싱은 서로를 ‘짝사랑’한다. ‘짝사랑’은 중국어로 ‘암연’(暗戀)이라고 한다. 느낌이 온다.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더무비-일섬일섬량성성 Shining For One Thing ▶감독: 진소명(陈小明) 장반(章攀) ▶출연:굴초소,장가녕 ▶개봉:2024년5월22일/12세이상관람가/1시간47분 워터홀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