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행사 중에 ‘동안거’(冬安居)라는 것이 있다. 불제자가 겨울 기간에에 90일 동안 한곳에 모여 조용히 정시적 수양, 참선을 행하는 ‘이벤트’이다. 지난 해 음력 10월 15일(양력 11월 11일), 수행에 들어가는 결제(結制)가 시작되어 음력 1월 15일(양력 2월 8일) 무사히 해제(解制)되었다. 이 90일의 행적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27일 개봉되는 <아홉 스님>을 통해 스님들의 겨울 수행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알려지기로는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처음 승려들의 ‘안거’라는 행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름에 비를 만나거나, 길을 가다 초목과 벌레들을 밟아 살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정진하게 한 것이 ‘안거’의 시작이란다.
이번 동안거에는 모두 아홉 명의 승려들이 수행에 참여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필두로 무연, 성곡, 진각, 호산, 심우, 재현, 도림, 인산 등 전국에서 모인 아홉 스님은 특별히 마련된 천막 법당에 들어간다.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 건립 예정지 내에 있는 종교부지에서 들어선 천막법당인 상월선원(霜月禪院)이다. 커다란 철제 프레임에 비닐장막을 친 임시 가건물이다. 아홉 스님은 이곳에서 90일 동안 한겨울을 나며 용맹정진에 나선다. 물론, ‘묵언수행’이다. 90일 동안 침묵을 지켜야하는 것이다.
스님들이 불자들의 환송 속에 차례로 ‘임시 가건물’인 상월선원 천막법당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밖에서 문이 잠긴다. ‘무문관’(無門關)이다. 동안거에 참여한 스님들은 이제부터 7가지 규칙(청규 7항)을 지켜야한다. 수행이 목적이니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해야한다. 새벽 3시부터 이들은 침묵의 고행을 한다. 90일 동안 한 벌의 옷으로 버틴다. 양치하는 것만 허용되기에 날이 갈수록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다. 먹는 것은 하루 한 끼만 제공되는 공양이 전부이다. 9명의 스님은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정좌하고 마음의 수행을 쌓는다. 매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임시 법당 안을 돌며 운동을 하거나, 화장실을 간다. 정해진 시간에 한 끼 공양을 한다. 할 말이 있거나, 느낀 점이 있으면 식당으로 쓰이는 공간의 벽에 붙은 화이트보드에 글을 남긴다. 겨울은 깊어가고, 기온은 떨어지고, 스님들의 용맹정진은 계속된다. 스님들은 7가지 규칙 중 하나라고 어기면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된다.
임시 가건물이기에 영하로 떨어진 겨울추위는 스님들의 건강을 해칠 것 같다. 90일의 묵언수행은 스님들의 정신을 해칠 것 같다. 동안거가 이뤄지는 동안 천막 법당 옆에는 일반인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임시 법당이 만들어졌다. 신도들은 고행 중인 스님들을 염려하며 동안거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한다.
불교의 깊은 뜻을 모르고, 동안거의 효용성을 모르는 입장이지만 ‘아홉 스님의 겨울고행’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 보게 된다.
한겨울, 90일 동안의 익스트림 묵언수행이라면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종교영화 같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게다가 고행하시는 스님들에겐 죄송스럽지만 몇 장면은 재미있기도 하다. 체중이 1~20킬로그램씩 빠졌다는 스님들의 동안거를 보며,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고행 속에 정신적 용기를 얻는 힐링 다큐멘터리가 될 듯하다. 27일 개봉되는 다큐멘터리 <아홉 스님>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