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변요한의 날이다. 김세휘 감독의 <그녀가 죽었다>가 개봉하고, 디즈니플러스의 기대작 <삼식이 삼촌>이 공개된다. 변요한은 영화 <그녀가 죽었다>에서 위험한 취미를 가진 공인중개사 구정태를 연기한다. 자신이 맡은 스마트키로 몰래 고객의 집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거나, 관심이 가는 여자의 SNS를 파고드는 변태스러운 남자이다. 그의 레이더망에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가 걸려든다. 역대급 '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한 변요한을 만나 근황을 들어보았다.
Q. 변요한 배우와 구정태 캐릭터의 공통점이 있다면.
▶변요한: “공통점이라면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 관찰하는 것.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세심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관찰일기도 썼었다. 저 스스로를 관찰한다. 오늘은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런 식으로 대본을 분석했다. 인터뷰하는 것처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구정태는 옹호해서도 안 되고, 미화해서도 안 되는 인물이다. 구정태는 스스로 사회적인 우월감을 갖고 싶어 한다. 굉장하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 더 과감하고, 더 잘못된 방법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구정태의 경우는 잘못된 관심이고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Q. 구정태란 인물은 역대적 비호감 캐릭터이다. 어떻게 인물에 접근했는지.
▶변요한: “책(시나리오)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연기라는 게 답이 없고, 하면 할수록 어렵다. 캐릭터 분석을 아무리 세밀하게 하더라도 제가 변하지 않으면 한계에 이른다. 결국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안에 가둬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배우로서 더 확장시키고 싶어서였다. 구정태라는 빌런은 굉장히 일회성 휴머니즘을 갖고 있다. ‘자기는 맞다’고 믿는 빌런이다. 비호감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재밌다. 구정태의 서브텍스트가 강하기 때문에 진짜 변태로 연기를 해버리면 내레이션이 죽는다. 그래서 약간 누르면서, 약간 평행선을 이루면서 연기하는 게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마지막 장면에서 ‘평판’과 관련된 화두를 또 꺼낸다. 구정태는 변했을까?
▶변요한: “마지막에 오영주 형사(이엘)가 얘기한 부분과 엔딩이 아주 과감하다고 생각된다. 입봉하는 감독님이 과감하게 열린 결말을 선택하였다는 것이 놀랍다. 감독님에겐 답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연기하지는 않았다. 훔쳐보는 자, 훔쳐 사는 자의 이야기이다. 그런 시선에 의해 사건들이 일어난다. 굉장히 영리하고 과감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마지막에 가서 구정태가 회개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Q. 구정태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있는지.
▶변요한: “매 신 감독님과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내 생각이 틀리든 맞든 일단 던지는 걸 좋아한다. 질문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은 아닌 건 아니라고 명확하게 말씀해 주신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구정태라는 인물을 계속 연기해야하기에 에너지도 ‘강약, 중간약’식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제가 할 것은 제가 가져가고, 감독님은 밸런스를 잘 맞춰 저를 활용해 주신 것이다.”
Q. 김세휘 감독은 변요한 배우의 팬이었다고 말한다. 비호감인 구정태를 변 배우의 이미지로 조금은 호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변요한: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이 그런 이유로 저를 캐스팅한 것 같다. 저한테 팬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작품에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구정태(이 연기)를 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제가 연기하는 구정태를 통해서 사람들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게 모호한 면이 있다. 영화를 볼 때 도덕적으로는 안 맞지만 ‘나는 괜찮았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너무 예술적이야’하는 사람도 있고, ‘이건 쓰레기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논란들이 있는 영화가 되게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Q. 김세휘 감독은 변요한 배우의 매력을 말하며 ‘지질한 쌍꺼풀’에 대해 언급했다. 그게 어떤 모습인지 설명 좀 해 달라.
▶변요한: “그건 취향의 문제이다. 결국 배우는 ‘눈’인데 감독님들마다 좋아하는 눈이 있다. 김한민 감독(한산)은 굉장히 굵고 흔들리지 않는 쌍꺼풀을 좋아한다. 이준익 감독님(자산어보)은 되게 건조한 걸 좋아하신다. 누구는 제가 장난기 있을 때 표정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런 건 감독님이 찰나적 순간을 캐치해 주시는 것이다. 김세휘 감독님은 저한테 그걸 보신 것 같다. 제가 굉장히 피곤했을 때 쌍꺼풀이 아닌 삼꺼풀, 사커풀을 보신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그걸 활용한 것이다. 눈에 주름까지 만들어서 마치 이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하면 아주 좋아해주시더라. 그런데 사실 저는 굉장히 수학적인 배우이다. 리서치도 많이 한다. 둘째 날 촬영까지는 잠을 못 잔다. 분석하느라. 그 정도로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랑 맞닿고 싶어서 예민해지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빌드업해서 현장에 가서는 나한테 쌓인 것을 던져놓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뒤에 가서 많이 피곤해지더라.”
Q. 눈빛 연기에서 쌍꺼풀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지.
▶변요한: “하하. 여기서 갑자기 ‘저는 별로입니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저의 외모를 활용하는 법을 이제 알게 된 것 같다. 저를 꾸준히 관찰했고, 외형뿐만 아니라 마음 쓰는 법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캐릭터를 잘 파고들어, 시나리오에 나오는 배경이나 설정, 인물들의 콤플렉스, 혹은 어떤 핵심 같은 것을 잘 찾으면 된다. 그런 눈빛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나오는 부분이 있다. 노력하는 만큼 나오는 것 같다.”
Q.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서는 잘 빠져나오는가.
▶변요한: “그런 편이다. 한 캐릭터가 끝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다. 수학적으로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잘 계산해서 가고, 마침표까지 잘 찍는다. 끝나고 나며 후련해진다. 물론 작품에 여운이 나고, 현장에 대한 향수가 남기도 하지만 전 잘 끝내는 편이다.”
Q. ‘세상에 자신을 맞추는가, 세상을 자신에 맞추게 하는가’ 이런 식으로 구정태와 한소라를 해석했다.
▶변요한: “그렇다. 한소라는 어느 순간 ‘세상이 나에게 좀 맞춰졌으며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정태는 ‘내가 세상을 따라간다’이다. 평판을 중요시 하고, 또 어떤 우월감을 통해서 맞춰주고 싶어 한다. 남들을 도와주고 싶어하고. 자기가 무언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대본을 보는 순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이더라.”
Q. 숨어서 훔쳐보기는 범죄적 행태이다. 관객들에게 이런 소재가 불편하지 않을까.
▶변요한: “그렇다. 그래서 잘 써주셔야 한다.(하하) 저희는 이 영화가 불편한 영화, 비호감의 영화가 되고 싶지 않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다 정상이었고, 영화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경쾌한 스릴러이고,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도 있다. 감독님은 그렇게 시작해서 대담하게 열린 결말로 이끈다. 시선에 대한 민감성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없는 것 같다. 만약 관음증이나 히키코모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위험성이 있을 것이다.”
Q.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은 변태인데, 들어가서는 뜻밖의 산타클로즈 같은 행동도 한다. 비호감인데 비호감이 아닌 것 같은 행동들에 대해서.
▶변요한: “심플하게 생각했다. 집에 들어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고객의 집에 들어갔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들어가기 위해 고군부툰하고 들어가서는 얼마나 행복할까. 집안에는 도와주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을까. 그런 것을 생각했다. 세면대 막힌 것을 뚫어주는데, 렌즈가 있었다. 그때 애드립은 한다. 이게 관찰하고, 공부하고, 내 안에 쌓였던 것이다. 물론 대본에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변태스럽게 호흡을 하거나, 전구를 고치며 희열감에 벅차오르는 표정을 짓는다면 내레이션과의 균형을 맞출 수가 없을 것이다.”
Q. 2016년에 <헤드윅>으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무대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는가.
▶변요한: “당연히 있다. 여전히 좋아하고. 지금도 그 팀들하고 잘 지내고 있다. 시사회에도 오고. 대본도 들어온다. 그런데 지금은 숨을 쉬고 싶다. 언젠가는 돌아가야죠.”
Q. <삼식이 삼촌>과 <그녀가 죽었다>가 같은 날 공개된다. 심정이 어떤가.
▶변요한: “둘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둘 다 사랑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했으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평가는 시청자와 관객의 몫이지만. 그런데 내 마음은 살짝 극장을 응원한다.극장 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 더 잘 되었으면 한다. 극장이 붐볐으면 좋겠다. 저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관객이 봐주셔야지 힘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이건 좀 잘 써주세요.”(하하)
Q. 내레이션 연기에 대해.
▶변요한: “처음 시나리오 볼 때 내레이션이 계속 나왔다. 이거 어디까지 하려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끊어져있더라. 책을 읽을 때와 연기할 때는 다르다. 막상 연기하려니 답이 안 나오더라. 손발을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몰라 감독님과 한 발 한 발 밟기 시작했다. 같이 뛰면서, 강약을 조절하며, 여러 준비를 했다. 내레이션이 너무 세면 너무 정직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어 버리고, 액팅이 너무 세면 변태가 되어버리니 조절을 잘 해야 했다.”
Q. 로맨스를 찍을 계획은? 연기의 자세가 있다면.
▶변요한: “로맨스 너무 하고 싶다. 멜로가 안 들어온 것도 아니다. 이제 곧 40대가 된다. 그동안은 저 혼자만의 수련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부반장이 되자는 생각이었다.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배님들의 울타리 안에서 재밌게 놀면서 배우고 싶었다. 그러면서 깊게 들어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챕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요.”
Q. 자신을 수학적인 배우라고 말했는데 연기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인가.
▶변요한: “캐릭터가 최우선이다. 정확하게 리서치하고 뛰어야한다. 감정선을 제대로 찾아야 영화 전체에서 놀 수 있다. 그렇게 상황에 맞게 완벽하게 계산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감독님과는 상의한다. 어떤 메타포를 던질 것인지 끊임없이 상의를 한다. 잘못 가면 돌아올 수도 있으니 계속 연구한다.”
Q. 예전에 비해 연기가 재밌다고 말했다.
▶변요한: “만족감인 것 같다. 연기는 노력하는 만큼 나온다고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혹사시키면서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보내고. 내게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겨내기고 하고, 참기도 했다. 그런 인생경험을 하다 보니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도 있다.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고 한다.”
Q. 예정된 작품은?
▶변요한: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가 8월에 방송된다. 원래 제목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는데 <블랙아웃>으로 바뀌어다. 변영주 감독님 튼튼하시잖아요. 정말 세게 찍은 작품이다.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종필 감독의 <파반느>가 어제 크랭크인 했다. 영화 프로모션 끝나고 곧 투입될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것이다.“
5월 15일, 변요한이 주연을 맡은 영화 <그녀가 죽었다>와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이 공개된다. ”일단 작품이 남아야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제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작품을 홍보했다.
[사진=콘텐츠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