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수) 개봉하는 신예 김세휘 감독의 신작 <그녀가 죽었다>는 '피핑 톰‘(훔쳐보기)과 'SNS관종'의 위험한 만남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누군가를 훔쳐보는 악취미를 가졌고,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는 그의 타깃이 된다. 그런데 한소라의 행적이 심상찮다. 예측불허의 전개와 신선한 연출, 그리고 끝까지 비호감 노선을 타는 변요한, 신혜선의 열연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타고난 관종의 소라를 연기한 빼어난 연기자 신혜선을 만나 '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들어봤다.
Q. 개봉을 앞둔 소감은? 기자시사 이후 호평이 많다.
▶신혜선: “떨리고 긴장된다. 기다렸던 작품이기도 하고, 빨리 개봉되어 극장가서 또 보고 싶다. 좋게 써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감독님과 (변)요한 오빠랑 그런 기사 공유했다. 소년소녀 같지만 설레는 마음이다. 조금 걱정한 것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두 명이 다 정상적이지 않은 인물이다. 비호감 캐릭터여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되더라. 먼저 봐주신 분들이 나쁘게 봐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시나리오를 보고는 어땠는지.
▶신혜선: “내레이션이 계속 나오고, 그런 비호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자기변명을 계속 하는데 나중에는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계속하며 스스로 잠식되는 모습을 보인다. 일상적인 것과 괴리되는 모습이 참신했다. 적재적소에 사용된 내레이션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본인이 연기한 한소라에 대해서.
▶신혜선: “징그러울 정도이다. 조금 낯설었다. 편집 등을 통해 소라를 최대한 가증스럽게 보이도록 한 것 같다. 제가 가진 것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모습을 꺼내려고 했다. 특히 목소리에서 그런 것이 묻어나도록 노력했다.”
Q. 실제 자신의 SNS는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신혜선: “사실 난 SNS에 별 관심이 없다. 가끔 게시물을 올리긴 하지만 그렇게 열성적이진 않다. 뉴스를 통해 SNS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SNS의 양면성은 다들 아실 것이다. 그런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우리 영화가 SNS상의 인플루언서나 유튜버가 벌이는 일을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라 같은 인물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극단적인 직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인플루언서가 설정된 것이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당연히 SNS의 순기능도 있으니. 단순히 그런 것을 조롱하는 것은 아니다. 수단 중의 하나였다.”
Q. 작품을 고를 때 신혜선 배우만의 기준이 있다면.
▶신혜선: “나도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 그 때 그 때 감정 상태에 따라 작품을 선택한 것 같다. 개봉 시점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장르를 찍었으면 다음 작품은 비슷한 것은 피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다. 최근 개봉된 <타겟>, <용감한 시민>, <그녀가 죽었다>도 각기 다른 캐릭터이다. 그것 찍을 때 저한테는 보람찬 한해였다. 드라마랑은 다른 결의 아이(캐릭터)를 만나본 것 같다. 이 영화 찍을 때는 드라마 <철인왕후>와 시기가 조금 겹쳤었다.”
Q. 한소라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려웠던 지점은.
▶신혜선: “두 가지 버전을 찍어야했다. 정태가 볼 때의 소라와, 소라 본연의 모습. 남에게 보이는 소라의 모습은 ‘착한 버전’인데 너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그게 힘들었다.(하하하) 정태가 보는 착한 소라의 경우 대사가 긴 장면이 있는데 특히 그 장면 찍을 때 힘들었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말이다.”
Q.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신혜선: “시나리오 볼 때도, 촬영 들어가면서도 가장 긴장되었다. 원래 그런 애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목소리 톤도 이상하게 어려웠다. 발악하는 장면보다 그 장면이 더 부담스러웠다. 소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신이 많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때까지는 소라의 정체를 몰라야하니까. 착하게 보여야한다. ‘신혜선’이 가식적으로 연기하는 같아 힘들었다.”
Q. 소라는 사이코패스인가.
▶신혜선: “사이코패스인지, 소시오패스 살인마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무조건 선한 역할만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악역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Q. 악역을, 어려운 연기를 어떻게 준비 했는지.
▶신혜선: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잘 표현하려고 했다. 시나리오대로 대사를 읊기만 해도 가증스러웠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여건 안에서 그 인물을 찾으려했다. 왜 자기 목소리가 싫을 때가 있잖은가. 가식같은 느낌이 들 때. 제가 쓰지 않는 톤을 일부러 쓰려면 목이 쉰다. 그런 가증스러운 목소리 톤을 처음 잡을 때 힘들었다.”
Q. 후반부에 액션 신을 보여주는데.
▶신혜선: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소라가 부딪치는 장면은, 서로 합을 정하고 하는 것이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서로 안전하게만 찍으면 되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고 보면 그 액션이라는 것도 서로 막 싸우는 것이다. 개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정태는 묶여있었고,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어차피 힘으로는 안 될 테니 미친 듯이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면 정태는 힘보다 기세에 밀리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Q. <그녀가 죽었다>는 김세휘 감독의 감독 데뷔작이다. ‘여성+신인’감독의 스릴러 디렉팅은 어땠는지.
▶신혜선: “시나리오에 의아한 점이 없었다. 굳이 더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감독님 디렉션도 좋았다. 저랑 동갑인데 너무 귀여웠다. 그 귀여운 머릿속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나온 게 신기했다. ‘가증스럽게~’, ‘아잉, 가증스러워~’ 이런 식으로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했다. 모니터 보면 까르르거렸다. 그런 분위기에 맞춰 연기를 했다. 헷갈리거나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은 없었다.”
Q. 구정태를 연기한 변요한과의 연기호흡은 어땠는지.
▶신혜선: “너무 좋았다. 서로 칭찬 세례를 할 수밖에 없다. 저보다 훨씬 연기 경험이 많고 노련하다. 액션 찍을 때는 현장에서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했다. 구정태는 극을 끌고 가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보여야한다.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믿고 갈수 있는 배우이다. 액션 신은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아도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었다. 에너지가 공간을 잘 채워주는 연기자이다.”
Q. 신혜선은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그 중 어떤 모습이 연기하기가 편한가.
▶신혜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순딩하고 러블리한 캐릭터가 좋다. 예전에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KBS,2016)에서 보여준 순진한 초등학교 교사 연태 같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SBS,2018)의 우서리 같은 인물을 표현하는 게 좀 편했다. 그런 캐릭터를 만들기가 제일 쉽더라. 그런데, 또 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고, 에너지를 내뿜고 싶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점이 있다. 연기할 때 그 캐릭터의 기운을 받아 에너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Q. 여유가 생기면 뭘 하는지. 여행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한 것 같은데.
▶신혜선: “그런 말 한 걸 후회한다. 여행가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집에만 있는 은둔형은 절대 아니다.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도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런 스케줄 말고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많은 다짐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게 된다면 정말 재밌게 잘 논다. 집에 돌아오면 충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Q. 한소라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이상한 캐릭터이지만 배우로서는 또 다른 연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캐릭터일 것 같다.
▶신혜선: “일단 작품에서 펼친 연기는 충분한 것 같다. 작품의 톤앤매너에 맞는 것 같다. 전형적인 공포스릴러는 아니다. 약간은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있다. 나름의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정태나 소라나 정상인의 범주는 아니니까. 마냥 무섭게 만들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이상한 애가 이상한 애를 만나 엮여서 생기는 소동극인 것 같았다.”
Q.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는 신혜선을 각인시킨 작품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흥행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 같다.
▶신혜선: “크게 관심은 없다. 처음 영화를 하려고 했을 때도 흥행은 생각하지 않고, 다만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흥행을 안 좋아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나. 지금은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다. 아마 흥행을 못해봐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생은 길고, 아직 못해본 역할은 많으니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난 오래오래 이 일을 할 것이다. 조급하지는 않다.”
Q. 한소라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소라의 목적은 무엇일까.
▶신혜선: “궁극적인 목적은 애정과 관심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시작은 돈이었지만. 가치관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 ‘관종’이라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또라이’ 아닌가요. 뭐라고 말해도, 절대로 합리화 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 인물이다. 명품, 인플루언서, 거짓된 행동을 하면서 남들에게 우월해 보이려고 한다.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주려보려고 한 것 같다. 관심에 존경까지 받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애정을 갈구하고, 인정욕구가 큰 것 같다.”
Q. 차기작품도 독특한 설정 같은데. (ENA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 캐스팅되었다)
▶신혜선: “해리성 인격장애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잘 어울린 것 같다. 대본을 재밌게 봤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그녀는 죽었다>는 재밌게 만든 영화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보셨으면 한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신혜선과 변요한이 필사의 연기를 펼치는 김세휘 감독의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는 15일(수) 개봉한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콘텐츠지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