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핑거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무간도> 제작진과 양조위, 유덕화라는 전설적인 조합이 신작 <골드핑거>로 돌아왔다. 영화의 제목인 '금수지(金手指)'는 단순히 마이더스의 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광동어로 '배신자' 혹은 '밀고자'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영화는 198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땡전 한 푼 없이 흘러 들어온 청이옌(양조위)이 어떻게 거대한 금융 제국을 건설하고 무너졌는지를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다.
청이옌은 부동산 개발업자 쩡지엔챠오(임달화)를 만나 돈의 맛을 배운 뒤, 자신의 비서 영어 이름을 딴 '캐리안 그룹'을 설립한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홍콩에서 그는 해충 방역부터 금융, 부동산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며 신흥 재벌로 급성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가 조작, 뇌물, 협박, 심지어 암살까지 동원된 검은 거래가 도사리고 있었다. 홍콩 주권 반환이라는 시대적 격변기와 맞물려 캐리안 그룹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자, 부패방지 수사기구인 염정공서(ICAC)의 유시위안(유덕화)이 출동하여 끈질긴 추격전을 벌인다.
영화는 실제 홍콩 역사상 최악의 금융 사기 사건으로 기록된 '캐리안 사건'과 실존 인물 천송칭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감독은 양조위의 화려하고 사악한 성공 가도와 유덕화의 원칙적인 수사 과정을 대비시키며 15년에 걸친 긴 싸움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증거 인멸과 증인 암살, 법률적 허점을 이용한 시간 끌기 등 거대 자본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벌이는 비열한 수법들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골드핑거>는 화려한 홍콩의 밤거리 이면에 감춰진 탐욕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아무리 돈이 많고 법에 정통해도 결국 처벌받는다"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 13년을 쏟아부은 ICAC의 노력은 홍콩 사법 질서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비록 현실의 결말은 3년 형이라는 다소 허무한 수치로 남았을지라도, 거장 장문강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며 자본주의의 괴물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묵직한 필치로 박제해냈다. ...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