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런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된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갈라프레젠테인션’ 섹션을 통해 상영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회견장으로 온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프랑스 영화계 대스타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 분)와 딸 뤼미에르(줄리엣 비노쉬 분)의 재회를 그린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나 만든 가족 영화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올해가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는 경사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굉장히 기뻤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가 데뷔 이후 함께 걸어온, 함께 발전해 온 영화제다. 그런 부산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영광이다. 여러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수상 소감을 공개했다.
외국배우와의 작업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초반에는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극복할 수 있을지 과제로 느껴졌다. 그런데 뛰어난 통역사를 만났고, 그분은 이미 5년 동안 작업한 여성 분이다. 6개월 동안 현장에 함께 있으면서 그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평소보다 더 의식한 것은 직접 언어로 소통하지 못할 땐 손편지를 썼다.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써서 배우들에게 전달했다. 이 방식은 일본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효과적인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는 "10년 전부터 줄리엣 비노쉬 배우와 교류가 있었고 가끔씩 만났다. 2005년 플롯 상태의 이야기를 건넸다. 내 노트 첫 페이지에는 까뜨린느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가 구상돼 있었고, 내 꿈이 이뤄지는 형태로 이번 작품이 성사됐다"고 답했다.
감독은 이번 박품에 대해 "가족 드라마보단 '연기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여배우와 그의 딸, 그리고 젊어서 세상을 떠나게 된 여배우의 라이벌 존재까지 세 인물이 중심이다. 어떤 배우에 대한 오마주 의식은 없었다. 까뜨린느 드뇌브라는 배우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여배우라서 그의 매력을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나한테 가장 큰 과제였다"고 말했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금의 경색된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치적 압력을 받고 개최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전 세계 영화인이 연대의 목소리를 낼 때 미력하게나마 참여했다"며, "정치적 문제와 여러 고난을 겪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하며 목소리를 냈다. 여기엔 영화의 그런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 저널리스트들, 그밖에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로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필름메이커 토크 행사가 열렸다.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이 모더레이터로 토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만들기의 역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무도 모른다' 시나리오는 1998년에 썼고 영화를 만들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나는 그 영화를 데뷔작으로 생각했는데 당시는 방송 어시스턴트 디렉터여서 기획을 가져와도 아무도 거들떠 봐주지 않았다. 기획을 제안했던 회사가 부도나고 프로듀서가 사라지기도 했다"며, "중간에 포기할 뻔 했지만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아 좋은 제작사와 스태프를 만나게 되었다. 만약 내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영화를 만들었으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작품은 태어나기 위한 시점에 태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