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하나’(김나연)는 오늘도 집안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빠는 언제나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오고, 엄마는 ‘유리천장의 직장’에서 야근으로 분투 중이다. 아빠와 엄마는 매번 큰 소리로 싸운다. 둘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이미 감지한 오빠. 오빠는 ‘넌 아직 몰라’라고 할 뿐이다. 하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엄마라도 된 듯, 요리하고, 밥하고,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온가족이 다 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다시’ 행복해질 것 같다.
3년 전 <우리들>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이다. ‘하나’의 노력은 헛되 보인다. 무엇보다 가족 그 누구도 하나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각자 자신들의 삶이 더 중요하고, 집 밖의 사회의 무게감이 더 크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도, 가족에게서 위안을 찾지 못한 하나는 동네마트에서 자기보다 어린 유미-유진 자매를 마주치게 된다. 도배 하는 일을 하는 자매의 부모는 오늘도 외지에 나가있단다. 이제 하나는 틈만 나면 이들 자매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간다. 당연히 밥상도 차려주고. 하지만 유미-유진은 곧 이사 가야한단다. 이제 하나는 ‘해체 직전’의 자기집도 지키고 싶고, 전셋집을 나가야하는 유미네 집도 지키고 싶다.
<우리집>은 아이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아이의 마음으로, 아이의 방식으로 분명 이 난처한 상황이 극복되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어른들은 다 안다. 정성껏 아침밥을 차린다고 이혼 직전의 엄마아빠의 마음이 돌아설 것 같지도 않고, 남의 집 전세 문제에 뾰족하게 끼어들 형편도 아니란 것을. 영화는 그렇게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의 답답한 상황이 묘사된다.
세 아이는 그 누구보다도 즐겁고, 행복하고, 포근한 시간을 즐기는 것 같지만 불안하다. 불안하기에 더 매달린다. 유미가 그런다. “이사 가도 우리 언니 해줄 거지?” 하나의 마음은 그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전세)계약이 도래하고, 각자의 삶이 ‘더’ 무겁기에.
윤가은 감독은 현장에서 아역 배우들을 최대한 배려하며, 모범적으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혹사 당하고, 육체적으로 학대받는다. 그 부조화처럼, 영화를 보고난 다음의 마음은 무겁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다고 세상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닌 모양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