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선택된 자만이 뽑아들 수 있다는 영웅의 검, ‘엑스칼리버’ 이야기는 영국 ‘아더왕의 전설’의 시그니처 장면이다. 아더왕과 그의 영웅들이 그리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엑스칼리버’, ‘아더왕의 검’, ‘카멜롯의 전설’, ‘원탁의 기사’ 등이 모두 같은 소재를 다룬다. 그럼 ‘아더 왕’은 실존인물일까? 영국 역사학자들도 고증을 거듭하지만 정확한 연대와 인물을 병치하지는 못한다. 대략적으로 5~6세기경 영국에 실존했다고 알려진 켈트 계 전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금의 영국 땅(섬)이 이런 저런 민족(종족)의 침략을 받을 때 형성된 영웅서사담이다. 물론, 지금의 영어(english)를 사용하지는 않았던 사람들이다.
지난 3월 영국의 국민전설 ‘아더 왕의 전설’을 프랑스에서 만든 뮤지컬 <킹 아더>가 먼저 무대에 올랐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또 다른 아더왕의 전설이 무대에 올랐다. EMK가 제작한 오리지널 ‘엑스칼리버’이다. ‘오리지널’이라고 붙인 이유는 브로드웨이나 프랑스산이 아닌, 한국의 뮤지컬제작사 EMK가 기획하고 무대에 올린 작품이라는 의미이다.
당초 <아더-엑스칼리버>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이 작품은 2014년 스위스의 한 극장에서 4일간 선을 보였다. EMK에 따르면 이 때 작품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유려한 음악에 캐릭터간의 러브스토리가 중심이었다고. EMK는 음악과 대중성을 엿보고 전세계 공연권을 획득한다. 비영리단체와 상업프로듀서 간의 창작-제작파트너십이 돋보이는 인핸스먼트 계약이라고 밝혔다. 이후 약 오랜 시간에 걸쳐 보완과 수정작업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본이 다듬어졌고, 11개의 곡이 새롭게 작곡되거나 수정되었다. 이미 ‘마타하리’와 ‘웃는 남자’로 한국창작뮤지컬의 제작스타일과 사이즈를 대폭 키운 EMK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된 순간이다. 물론, ‘한국인의 뮤지컬 취향’을 꿰뚫고 있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뮤지컬은 우리가 익히 아는 아더왕의 전설을 따른다. 동네(부족) 친구들과 칼싸움을 하며 호기롭게 지내던 아더는 ‘마법사 멀린’으로부터 자신이 왕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바위에 박혀있던 '엑스칼리버'를 쑤욱 뽑으면서 외부의 침략에 맞서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랄한 기네비어와 사랑에 빠진다. 후반부에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휘몰아친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기네비어와 가장 절친한 친구 랜슬롯이 불륜, 사랑과 친구를 잃은 아더왕은 분노와 비탄에 빠지지만 흉악한 색슨족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제왕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잘 알려진, 혹은 덜 알려진 아더왕의 이야기는 흔히 보아온 왕조의 개국사나 궁중음모극과 비슷하다. 평범한 사람이 신의 계시로 왕좌에 오르고, 애민애족애국의 충정으로 외침을 물리치고 신의 영광을 떨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막장드라마 같은, 혹은 지극히 인간적인 삽화도 펼쳐진다. 평이한 이야기에 충격과 활력을 북돋우는 것은 아더의 이복누나 모르가나의 존재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장엄한 서사극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넘버로 작품을 채운다. 그 덕분에 폭발적 고음을 처리해야하는 배우들은 혼신의 가창을 펼쳐야한다. 특히 아더가 부르는 ‘왕이 된다는 것’이나 모르가나의 ‘아비의 죄’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더왕은 카이, 김준수, 도겸(세븐틴)이 트피플 캐스팅되었고, 모르가나는 신영숙과 장은아가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들 외에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 민경아, 김소향이 출연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오는 8월 4일까지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엑스칼리버 김준수/ 카이 ⓒEMK MUSICAL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