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반은 복싱, 나머지 반은 영화였다.”
마동석의 주먹은 여전히 파워풀하다. 지난 달 26일 공개된 마동석 주연의 넷플릭스 무비 <황야>(영제:Badland Hunters)가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OTT) 순위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고, 국내 키노라이츠 순위에서도 톱을 차지하는 등 막강 흥행력을 보여주었다. <황야>는 근(近) 미래, 대지진이 발생한 뒤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 살아남은 인간들과 사악한 과학자 빌런의 대결을 그린 액션물이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남산은 주먹과 칼(마테체)과 총으로 악당을 물리친다.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면 열심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생산해 내고 있는 마동석 배우를 만나 ‘녹슬지 않는 주먹’에 대해 물어보았다.
Q. <황야>가 글로벌 순위에서 톱을 찍었다.
▶마동석: “감사하게 생각한다. 1위를 했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영화는 관객 수가 나오는데 이번엔 잘 모르겠다. 축하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해외에서 같이 일한 할리우드 감독, 배우들도 많이 보내주셨다. 게임 같은 액션을 만들어보자는 목표였는데 딱 예상한대로 만든 것 같다.”
Q. 수많은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황야>는 어떻게 만들게 된 것인가.
▶마동석: “예전부터 많은 작품들을 기획하고, 스토리 써왔다. 이번엔 ‘대지진’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오락액션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제작사 클라이맥스와 이야기할 때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전에 써놓은 8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하면 어떻게냐고 했고, 그게 재밌을 것 같았다. 작가들과 함께 대본 회의하고 제작을 진행시켜나갔다. 처음 나온 대본은 조금 길었다. 처음 기획은 액션인데 써다보니 확장된 것이다. 각자의 사연이 들어가고 길어지다 보니 이걸 다 만들면 4시간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기획의도대로, 게임 같은 작품이 되도록 집중했다. 불친절하더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뒷부분에서 몰아치는 액션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기로 했다. <황야>가 공개된 뒤 할리우드에서 문자 받은 것 중에는 ‘이 제작비로 이걸 만들 수 있냐?’ ‘이 기간에 이런 액션을 찍을 수 있냐’며 놀란다. 이전엔 자기들 액션팀하고 작품을 해 달라고 그랬는데, <범죄도시> 클립과 <황야> 보고 나서는 우리 액션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많아질 것 같다.”
Q. 먼저 개봉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연계성은 어떤가. 황궁아파트가 나오는 것 같다.
▶마동석: “아마 <황야>가 먼저 개봉되었다면 다르게 봤을 것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두 개 만들어진 것이다. 남산타워가 나온다는 점에서 지질학적, 지리적으로 세계관이 비슷할지 모르나 캐릭터, 세계관, 가치관이 다르다. 독립적으로 기획된 것이다.”
Q. 4시간에 이를 수 있는 작품을 108분에 묶은 것은 제작자나 배우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편집에서 빼놓은 것 중 아쉬운 것이 없는지.
▶마동석: “편집에서 뺀 것은 거의 없다. 아예 빼놓고 필요한 것만 찍었다. 시나리오에 나온 개인의 세세한 드라마를 처음부터 들어내고 시작했다. 다 집어넣으면 예산도 늘어나고, 부피도 늘어나고, 런닝타임도 늘어난다. 허명행 감독이 필요한 것만 찍은 것이다. 편집점은 허 감독의 머릿속에 다 있었다.”
Q.남산의 전사(前史)와 사라진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나.
▶마동석: “모든 이야기를 넣을 경우 장단점이 있다. 클리쉐한 게 있었다. 원래 남산과 지완(이준영), 수나(노정희)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남산은 수나와 비슷한 또래의 딸을 잃은 사연이 있다. 그렇게 살아나가는 사람인데 어떤 사건으로 둘을 구해준다. 갈 곳 없는 지완이 나를 따르게 된다. 남산이 왜 그렇게 전투력이 좋은지, 이런 부분 일일이 설명하면 좋은데,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설정이 있었다. SF액션 장르인데 마동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범죄도시>를 통해 마동석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있다. 기시감이 들더라도 그런 캐릭터를 가져오는 것이다. 다른 모습의 캐릭터는 다른 장르,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면 된다. 액션과 볼거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황야>에서는 말이다.”
Q. ‘마동석의 장르에 대해서, 마동석표 액션을 말한다.
▶마동석: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저는 <록키>영화 보고 복싱을 시작했고, 인생이 바뀐 사람이다. <록키>처럼 휴먼드라마가 가득한 액션을 좋아하지만, 게임 같은 액션도 좋아한다. 지금은 아예 게임회사랑 손잡고 게임 만들고 있다. 액션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캐릭터 연기를 하는 사람의 숙명이다. 드웨인 존슨이나 성룡은 자기 캐릭터로 계속 연기한다. 작품마다 어디에 차별을 두나. 색다른 액션, 색다른 재미를 줘야한다. 저도 그렇게 연기한다. 나이가 많아, 어느 순간 액션을 못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런 때가 오면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 몇 년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는 그런 액션이다. 마라톤이라고 본다면 이~~~~만큼 달려야하는데 10분의 1정도 왔다고 본다. 지금은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마동석‘이라면 특별히 따로 설명을 안 해도, 어떠한 전투력이 나와도 신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액션물에서 제일 꺼려하는 것이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설명을 덜해도 되는 것이 ’마동석‘의 장점이다. 이걸 활용하는 것이다.”
Q. 허명행 감독과의 인연은.
▶마동석: “나와 체형이 비슷해서 오래전부터 스턴트를 해줬다. 허 감독은 태권도 선수 출신이고 저는 복싱 출신이다. 종목이 달라 너무 좋다. 서로를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 허 감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생이다.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해와서인지 전쟁에 몇 번 나간 것 같은 동지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감독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연출을 제안했고 <황야>가 타이밍이 잘 맞은 것이다. <범죄도시4>도 같이 찍었는데 그것은 현실 베이스이다. ’범죄도시‘는 찍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복싱스타일을 보여준다. 물론 복싱을 모르는 분들이 보면 그냥 싸우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황야>에서는 조금 과격하게, 수위가 높은 액션을 펼칠 수 있었다. 허 감독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총, 칼 등 여러 가지 액션을 쓸 수 있었다. 허명행 감독은 액션 전반을 꿰뚫고 있다. 액션 장면 안에 드라마가 녹아들어야하는데 그걸 잘 캐치해 나간다. 아이디어도 많다. 이번 작품은 액션이지만 다른 장르도 잘 할 것이다.”
Q. 예고편에서부터 가장 볼거리는 아마 ’악어‘ 사냥인 것 같다. 처음부터 ’악어‘였는가?
▶마동석: “아니다. 여러 가지를 넣어봤었다. 처음 작가가 써온 것은 사슴이었다.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축이 뒤틀어졌을 때 나올 수 있는 동물이 뭐가 있을까. 아쿠아리움이 무너질 수도 있고, 어디선가 악어나 파충류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액션적으로 연결부분이 있어서, 좀 더 험한 동물이 나와야 재밌을 것 같다. 사슴이 나오니까 남산이 너무 나빠 보였다. 악당 같아 보였다.”(하하)
Q. 액션에 대한 철학은?
▶마동석: “액션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폭력적이라서. 그런데 이런 액션 영화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중학생 때 <록키>를 보고 복싱을 시작했다. 인생을 바꾼 것이 영화이다. 복싱은 몇 천 년된 스포츠이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이다. 저는 액션영화를 좋아하고, 인생의 목표와 같다. 우리나라엔 액션영화가 많지 않다. 드웨인 존슨이나 이소룡, 성룡 같은 배우가 없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화려한 액션, 배워야하는 액션이 아니라, 진짜 할 줄 아는 액션을 펼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도 틈만 나면 체육관에 가서 복싱을 한다. 스파링하고, 직접 맞아보면서 감을 익힌다.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제 삶에서는 너무 중요한 것이다.”
Q.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마동석: “아니다. 늘 운이 없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때 복싱으로 잘 나갈 때도 어느 날 오토바이 사고 당하고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고를 몇 번 겪고 나니, 죽을 고비를 겪으면서 난 운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게 오히려 운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만들 때는 복싱 할 때의 경험이 많이 들어간다. 복싱하면 겸손해 진다. 기본적으로 한 번 잘 되었다고 들뜨는 일이 없다. 운동을 하다보면 이길 만한 사람하고만 대결할 수는 없다. 질 것을 알면서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한다. 좌우명은 따로 없다. 예전에 체육관장님이 그러시더라. ’매일 하면, 저 상대편을 이길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도 무언가를 매일 하려고 한다. 인생의 반이 운동이었고, 인생의 반이 영화이다. 둘이 섞여있다.”
Q. 운동 말고 다른 취미는 없는지.
▶마동석: “없다. 집에 가면 와이프랑 같이 글 쓴다. 와이프는 자기 글을 쓴다. 단편 감독으로 데뷔도 했다. 내가 가난할 때 만나서 지금까지 같이 있다. 자기 일 포기하고 저를 도와준다. 가족들하고 있고, 운동하고, 회의하고, 촬영하는 것밖에 없다. 그것 말고는 별로 재밌어하는 게 없다.”
Q. 이윤호 중사를 연기한 안지혜 배우의 액션에 대해.
▶마동석: “안지혜 배우를 캐스팅할 때 기계체조하는 것 보고 오디션을 했었다. 그 배우에게 액션의 난이도를 높여주고 싶었다. 이 작품을 통해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알리고 싶었다. 잠깐 배워서하는 액션에는 한계가 있다. 만들어내고, 대역도 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한 사람은 액션을 하기가 쉽다. 앞으로도 계속 액션 연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운동을 해서인지 운동을 하다가 영화 쪽으로 온 사람에게 정이 간다. 내가 영화를 안했다면 아마 복싱체육관 관장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게 너무 고마운 일이다.”
Q. 해외팬의 반응은 예상했는지.
▶마동석: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은 내 영화를 많이 봐서 기시감이 있을 것이다. 외국 팬들은 ’부산행‘과 ’이터널스‘ 밖에 안 봤을 것이다. 그런데 <범죄도시>를 다 본 사람도 있더라. 이번엔 마동석이 총을 쏘니 새로운 것을 보는 셈이다. 매 작품 액션을 새롭게 만들고, 스토리를 재밌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Q. 앞으로 마동석 액션영화의 진화 방향은?
▶마동석: “복싱 스타일에도 변화를 줄 것이다. 앞으로 나올 <범죄도시> 시리즈의 액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디자인 했다. 복싱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비슷하게 싸우는 것 아니야 하실 수도 있다. 수백 번 , 수천 번 액션을 하다 보니 사람이 팔 두 개, 다리 둘인 이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싸우는 드라마, 캐릭터, 장소, 공간. 이런 게 변화가 있어야한다. 아이디어는 많다. 적재적소에 구현하는 것에 대해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지금 <범죄도시>는 8편까지 구상 중이다.”
Q. 앞으로 마동석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마동석: “이 일을 계속해 오면서 목표가 조금씩 생기고, 기획한 것이 현실화되는 것이 보람이 있다. 내가 생각한 것을 충실하게 완성될 수 있고, 재밌는 영화 계속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배우로서 액션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더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서 중간에 외도하듯이 마동석 아닌 캐릭터를 연기할 것이다. <시동>이나 <백두산>같은.”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 있으면 써놓는다. 오래전에 기획한 것, 시놉시스 써놓은 것, 대본 작업한 게 많다. 수십 편이다. 오래 전 써놓은 것을 꺼내서 틈틈이 고친다. 요즘 시대에 맞춰 바꿀 것은 바꾼다. 아직도 어떤 작품,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하는지 생각한다. 이런 건 다 기억한다.”
마동석의 핵주먹을 떠올리면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것이 쉽게 상상이 안 간다. “사실 난 타이핑 못한다. 패드로 문자 보내는 것 보셨어요? 손가락 하나로 천지인 자판으로 문자 보낸다. 아마 보시면 깜짝 놀랄 것이다. 엄청 빠르다. 밑줄 긋는 것도 할 줄 안다. 그런 식으로 글 써놓은 게 엄청 많다.”
<범죄도시4>는 4월 말 개봉될 것이다. <범죄도시> 5,6,7,8편은 동시에 작업 중이다. 5편 공개는 텀이 좀 있을 것이다. 톤이 좀 달라 딜레이가 될 것 같다. 마동석 배우는 여전히 바쁘다. 쌓아둔 시나리오를 다 소화하기도 벅찰 것 같은데, 해외에서의 러브콜은 더 많이 쏟아지는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