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경제의 양극화 단면을 반지하 가족의 생존 투쟁으로 그려낸 날카로운 블랙코미디다. 박스 접기로 연명하던 기택(송강호) 일가에게 '계획'은 사치다.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에게 물려받은 고액 과외 자리는 이 가족이 상류층 박 사장(이선균)의 저택에 침투하는 도화선이 된다. 기우가 선물 받은 산수경석을 보며 내뱉은 "상징적인 거네"라는 대사처럼, 영화는 인물과 소품, 공간 곳곳에 정교한 은유를 심어두고 관객의 집착적 해석을 유도한다.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를 초접사 카메라로 포착한 정물화와 같다.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조아의 고전적 대립 대신, 적당히 부유하고 교양 있는 자와 그 틈에서 기이하게 공생하려는 가난한 자의 희비극을 펼친다. 봉 감독은 두 계층의 간극을 '냄새'와 '선'이라는 감각적인 장치로 구체화한다. 반지하의 습기와 노상방뇨, 수해 의연금 체육관의 무절제함은 박 사장 저택의 세련된 배려와 대비되지만, 그 기저에는 "선을 넘지 말라"는 명확한 계급적 경계가 존재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제3의 존재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언제든 교체 가능한 자리를 두고 벌이는 하층민끼리의 쟁탈전은 '대만 왕카스테라'로 상징되는 구조적 패배의 역사와 맞물려 비애감을 더한다. 박찬욱의 복수나 이창동의 질투와는 또 다른, 상처 입은 알량한 자존심이 폭발하는 순간 영화는 판타지를 넘어 잔혹한 리얼리티로 진입한다. 학익진과 미사일 농담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으며 한국 사회의 치부를 해부한 이 걸작을 보고 나면, 결국 누구도 봉준호를 온전히 안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