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28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칸의 영광을 안고 귀국한 감독과 배우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생충>은 서울의 반지하에 살고 있는 서민, 기택 네의 네 식구((송강호-장혜진-최우식-박소담)의 보잘 것 없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생활력 최강’, ‘적응력 최고’인 이들 가족이 언덕 위의 그림 같은 부잣집(이선균-조여정-정지소-정현준)에 어떻게 들어가고, 그곳에서 어떤 소동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는 131분 내내 객석은 웃음과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봉준호의 마술이 끝난 뒤 간담회가 이어졌다. 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은 “4명의 가난한 가족과 4명의 부자 가족이 기구한 인연, 기묘한 인연으로 엮이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가구나 가족은 우리 삶에 놓인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지만 그 형편이나 형태가 많이 다르다.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뉜다는 구상은 2013년 <설국열차> 후반작업할 때 처음 생각했었다. 내 주변과 현실에 더 가까운 가족들을 중심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 ‘옥자’에서 외국 배우들과 함께 한 후 오랜만에 홈그라운드에서 모국어로 영화를 찍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국어를 하니 내가 방언이 터졌다.”며 “현장에서 대사를 조금 바꾸거나 새로운 단어를 넣어 토스하면 배우들이 강스파이크를 날려준다. 제가 영어로 디렉팅을 할 때는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계급/계층간 민낯을 자주 영화에 담았던 봉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후각’이라는 미묘한 이야기를 다룬다. “가까운 사이여도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례하다.”라며 “사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동선은 겹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그들이 부잣집에 들어가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서로 냄새를 맡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냄새’가 풍기는, 남기는 특별한 긴장감에 대해 소개했다.
서민 가족의 가장을 연기한 송강호는 “장르의 혼합과 변주가 이뤄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낯선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관객들이 설득력 있게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우식은 “송강호, 장혜진 선생님의 아들, 박소담의 오빠로 살아가는 게 너무 즐거웠다.”며 “극중에서 송강호 선배에게 연기 지도를 하는 장면을 찍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연기 인생에 이런 일은 또 있을까. 소중한 추억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생, 공생, 상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봉준호 감독은 “이제 ‘칸’은 과거가 되었다. 진짜 관객과 만나 그들의 솔직한 감상평을 듣고 싶다. 변장을 하고 객석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개봉을 앞둔 초조감을 표현했다. 영화는 내일(30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