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비롯해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유령>, <헌트>, <부산행> 등 액션이 기억에 남는 숱한 작품들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이 드디어 영화감독으로 나섰다. 지난 26일 개봉된 넷플릭스 무비 <황야>를 통해 ‘액션’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를 디렉팅하게 된 것이다. 오랜 ‘주먹 동료’ 마동석과 함께! 글로벌 차트를 장식하고 있을 때 허명행 감독을 만나 ‘액션의 무게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황야>가 공개되고 드디어 글로벌 톱까지 차지했다.
▶허명행 감독: “기쁘다. 지인에게 축하메시지 많이 받았다. 처음 기획한대로 결과물이 잘 나와 많은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처음부터 넷플릭스용으로 기획한 것이었나?) “초반에 OTT로 방향성을 잡았고, 넷플릭스를 유력하게 생각하고 기획을 했었다. 그 덕분에 액션의 수위도 생각한 만큼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Q. 기획을 거쳐 촬영을 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허명행 감독: “<황야>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컨셉트로 잡은 상황과 그 안에 주요인물들을 맞춰가는 과정이 좀 더 섬세하게 이루어졌다. (마)동석 형도 그렇고,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Q. 처음 시나리오에서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허명행 감독: “크게 바뀌었다기보다는 분량조절의 문제였다. 액션영화로 선보일 때 이상적인 런닝타임은 1시간 45분이라고 생각한다. 빌런 양기수(이희준) 박사의 전사나 윤호 중사(안지혜)와 군인들의 이야기, 남산(마동석)과 지완(이준영)의 서사가 다 들어있는 시나리오이다. 콘티 작업 과정에서 이걸 다 담으려니 너무 헤비하더라. 마동석 액션과 마동석 유머가 기획의 포인트였는데, 다 집어넣으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런닝타임 내에서 마동석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다. 들어내고, 액션에 중점을 두었다.”
Q. 캐릭터에 모든 서사가 있었다면, 차라리 다 담아서 시리즈로 확장시킬 수도 있잖은가?
▶허명행 감독: “제가 영화, OTT, 드라마 등 모든 포맷에서 무술감독을 해봤지만 중점을 둔 것은 영화이다. 80%정도 될 것이다. 영화감독이 된다면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방향이 정해졌다. 영화라는 플랫폼이 익숙했다.”
Q. 영화감독 데뷔의 소감은.
▶허명행 감독: “갑작스러운 제안은 아니었다. 나름 오랫동안 무술감독 일을 하면서 연출자와 소통하며 현장을 경험했다. 액션의 앞과 뒤 신을 연결할 때 감독과 상의해서 바꿔주는 일을 했다. 마동석 배우와는 10년 넘게 일을 했다. 지켜보면서 연출을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긴 모양이다. 아이디어와 기획을 나누면서,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감독을 맡게 된 것 같다.”
Q. 무술감독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셈이다. 원래 체육인이었나?
▶허명행 감독: “어렸을 때 태권도를 했고, 초등 때 선수 조금 했다. 남자다운 것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장래 희망이 형사, 체육선생이라고 적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우연한 기회에 정두홍 감독 만나게 되었다. 선배들이 스턴트맨 운동하는 것 보고 반했다. 경이로웠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정두홍 감독님 찾아뵙고, 테스트 받고 합격해서 액션스쿨 입문하게 된 것이다.”
Q. 그리고는?
▶허명행 감독: “스턴트맨도 하고, 배우들 대역도 하고. 대역의 상대도 하고. 악역도 하고, 졸개로 출연하기도 하고. 대사를 좀 하는 배역도 하고 그랬다. 감독들이 액션과 대사를 다 소화하는, 그러니까 연기를 좀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더라. 건달, 불량배로 많이 나왔었다. 소소한 연기였지만 내가 떨지 않고 잘 한 모양이다. 본업은 스턴트맨인데 알바로 연기도 했다. 액션 없는 것도 섭외가 들어왔다.” (어떤 영화에 출연했었나?) “<공공의 적>이나, <아라한장풍대작전>, <올드보이>도. 드라마에도 나가고 그랬다.”
Q. 팔씨름을 잘했다는데. 마동석과 붙으면?
▶허명행 감독: “예전에 했었는데 동석이 형을 이긴 적이 없다.”
Q. 마동석을 오래 보아온 사람으로 어떤 사람인가.
▶허명행 감독: “정이 많고 후배를 잘 챙기고, 무엇보다 성품도 좋고 유머러스하다. 코미디를 평상시에도 즐겨한다. 이 영화에서 남산이 보여주는 것처럼 액션도 잘 하지만, 평상시 후배를 챙기는 유연한 모습 그대로이다. 남산의 모습에 마동석의 일상적인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이고, 성장하는 것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따듯한 사람이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맛있는 것 많이 사주신다. 운동하는 사람들이라서 잘 먹는다. 그래서 회식 하면 돈이 많이 든다. 고기 먹으면.”
Q. ‘황야’에 이어 ‘범죄도시4’의 감독도 맡았다. 촬영은 언제 진행했나.
▶허명행 감독: “<황야>는 2022년 2월부터 시작해서 5월에 끝냈고, <범죄도시4>는 2022년 11월 시작해서 2023년 2월말에 끝냈다.” (<범죄도시4>는 4월정도 개봉될 것으로 보인다.)
Q. 포스트 아포칼립소라는 세계관에 대해서, [유토피아 콘크리트]를 많이 연결시키는데.
▶허명행 감독: “세계관이란 것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나 장르가 아니가 작품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찍는다고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절대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별화를 둔 지점은?) “특별히 차별화를 두려고 고민한 부분은 없다. 차별화 지점이 있다면 오직 마동석 배우가 갖고 있는 유연함, 개그에 더해 액션을 좀 더 디벨로프 시키는 것이다. 기본적인 설정은 양기수 박사의 잘못된 실험에 대해 처단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마동석의 액션물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배우지만 먼 나라에서는 마동석의 존재를 모를 수가 있다. 많이 봐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Q. 액션의 향연이 펼쳐진다. 총기액션부터 아크로바틱한 액션, 패싸움까지. 감독의 취향은 어떤 것인지.
▶허명행 감독: “<황야>에서 중점을 둔 것은 지하감옥 부분이다. 액션이 연결된다. 남산의 마체테 액션까지 활용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게 <황야> 액션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Q.한국영화 액션을 이야기하면서 ‘서울액션스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동석 배우의 스턴트 더블도 했었다.
▶허명행 감독: “예전에 많이 했다 지금은 피지컬이 비슷한 후배가 하고 있다. 우리 액션팀은 스턴트도 하고, 스턴트 더블도 한다. 하는 일이 스턴트이다. 액션배우라고 하면 배우인 것 같아서 조금 당황하기도 한다. 무술감독이란 말도 어색하고. 어쨌든 액션팀이다.”
Q. 서울액션스쿨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가. 액션 배우고 싶으면 찾아가면 되는 것인가.
▶허명행 감독: “아니다. 기성배우가 작품 앞두고 액션 훈련 의뢰하면 가르친다. 그리고 1년에 한 기수씩 스턴트맨을 뽑는다. 스턴트맨 하고 싶거나, 배우인데 액션을 제대로 하고 싶은 연기자들을 상대로 가르친다. 과정은 6개월이다. 올해 4월에 28기를 뽑는다.” (스턴트맨은 보험가입이 되는가?) “‘스턴트맨’으로 아니라 연기자는 여러 역할이 있으니. 그리고 노조에서 산재가입이 된다. 인정받는 것이 있다.”
Q. 액션영화를 볼 때 액션시퀀스를 유심히 보는 편인가.
▶허명행 감독: “그렇지는 않다. 최근 본 영화 중 재밌게 본 것은 <거미집>과 <서울의 봄>이다. 굉장히 재밌게 봤다. 작품을 힘 있게 만드신 것 같다. 감독님 색깔도 강하고. 영화를 공부하는 느낌으로 보지는 않는다. 철저히 관객 입장에서 본다. 액션 클립만 따로 보지도 않는다. ‘재밌는 액션영화’는 관객입장에서 보는 게 전부이다.”
Q.한국영화 액션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존 윅] 정도는 이제 만들 수 있나?
▶허명행 감독: “하하. 액션적인 것은 예산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존 윅4>를 정말 재밌게 봤다. 감독님이 뭔가 더 이상 존 윅은 없을 것 같이 다 쏟아 부은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인 것처럼. 우리도 기회와 예산이 주어진다면 그런 영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Q. 꼭 해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허명행 감독: “영화를 볼 때 서사에 좀 더 집중하고 관심을 갖는 편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장르적 구분 없이 해보고 싶다. 이번 <황야>는 포스트 아포칼립소에 포커싱한 것이다. 서사에 집중하는 영화라면 그것에 맞춰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맞춰야한다. 내공이 더 쌓이면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야기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Q. <범죄도시4>는 어떤가.
▶허명행 감독: “이게 액션영화인가 의문이 든다. 마석도 캐릭터는 액션이 중요하지만, 4편의 경우에는 좀 더 빌런들의 느와르적인 부분이 등장한다. 마석도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유연함과 개그적인 부분을 이어간다. 생활에서 나오는 개그와 액션의 배합에 신경 썼다. 밸런스 맞추려고 했다.”
Q. <황야>의 결말은 희망차다.
▶허명행 감독: “양기수의 최후를 어떻게 묘사할지 많이 논의했었다. 심각한 구도로 가는 게 아니니까. 중간에 코믹한 요소도 있다. 장면적으로 액션이 세고 많지만 마무리할 때는 권선징악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원래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보여주며, 살짝 기분 좋을 수 있는 그런 결말을 원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느와르를 좋아하지만 제가 만든 영화가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동석 배우를 좋아하는 팬, 매니아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엔딩도, 톤도 그렇게 밝게 하고 싶었다.”
마동석 배우와 함께 <황야>와 <범죄도시4>를 끝낸 허명행 감독은 서울액션스쿨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여러 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약한영웅 Class2>, <벌크>, <나인 퍼즐>의 무술감독(액션감독)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동석, 이희준, 이준영, 노정의, 안지혜 등이 출연하는 허명행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황야>(제작:클라이맥스스튜디오, 빅펀치픽쳐스)는 지난 26일 공개되어 절찬리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