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4일) 개봉하는 중국영화 <봉신연의:조가풍운>은 지난해 여름 중국에서 개봉되어 26억 3천만 위앤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4위를 기록한 흥행대작이다. (<만강홍>(45억4천), <유랑지구2>(40억3천), <소실적타>(35억2천)). 영화는 중국 은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드라마이다. 잠깐 중국역사를 소개하자면... 중국역사시대는 보통 하(夏)-상(商)-주(周)로 시작한다. 상(商)은 은(殷)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하상주’를 거쳐,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진시황이 통일대업을 이루고 이후 한(漢)나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상주’ 시대 앞서 역사와 전설이 넘쳐나는 시대가 있었다. 예를 들어, 반고(盤古)가 하늘을 떠받들어 세계를 만들고, 여와(女媧)가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전설시대의‘삼황오제’의 순(舜)임금이 선양한 것이 하나라의 우(禹)임금이었다. 그 후 역사는 차곡차곡 흘려가서 상(은)나라 말기기 된다. 천자가 있고, 제후국이 있고, 이미 국가의 체제가 완비되었다. 그런데, 힘센 제후들이 하나둘 야심을 품고, 왕이 되려는 그런 시대이다. 특히나 왕이 혼군일 경우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천하는 요동치기 마련이다. 바로 은나라 마지막 임금, 은수(殷壽)의 이야기이다. 걸주(桀紂/걸왕,주왕)라고 기록된 인물이다. 영화 제목 ‘조가’(朝歌)는 은수의 왕궁이 있던 은나라의 수도이다.
천지가 꽁꽁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 속에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한창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은나라 왕 제을(帝乙)의 ‘둘째’ 왕자 ‘은수’가 병사를 거느리고 난공불락의 기주후(冀州侯, 기주의 제후)인 소후(苏护)의 성을 공략하는 중이다. 엄청난 희생 끝에 마침내 성을 공략하는데 장군의 피가 땅에 스며들더니 지하 깊은 곳에 봉인된 요괴가 달기(妲己)의 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은수는 달기를 데리고 조가로 귀환한다. 연회가 한창일 때 ‘첫째 왕자’(태자)가 갑자기 칼을 뽑아 왕을 찔러죽이고, 자신도 자결한다. 이에 ‘둘째’ 은수가 왕위를 계승한다. 은수는 요기가 충만한 세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제단을 세우고 스스로 분신하겠다고 선포한다.(Show!) 이때 곤륜산의 선인 강자아가 인간계를 살펴보다가 요기가 충만함을 심히 우려하여, ‘봉신방’을 갖고 인간계로 내려온다. 왕이 된 은수는 요괴 달기에 의해 점점 미치광이가 되어가고 나라는 엉망이 된다. 은수의 아들 은교는 아버지가 ‘달기’에 미혹되었음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조가’에 인질로 잡혀온 서백후의 아들 희발도 이 상황을 대면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봉신방’이란 것은 요괴의 기운을 짓누르거나, 생명을 불러 넣은 놀라운 힘을 가진 신물(神物)이다. ‘반지의 제왕’이라 생각하면 된다. 봉신방은 중국 명(明)대에 허중림(許仲琳)이 썼다는 장편 장회소설이다. 16세기에 쓰인 것으로 500년 정도 된 판타지 소설이다. 영화 시작하면 이 작품이 <봉신연의>와 <武王伐纣外史>(무왕이 주를 토벌한 이야기)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서점에 가면 <봉신연의>와 <열국지>, <동주열국지>를 볼 수 있는데, 그 소설을 말한다.
영화는 스케일이 꽤 크다. 중국 영화역사상 최고의 제작비(5400억원)를 투입하였다고 한다. 보면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CG/VFX 장면을 나름 중국화한 대장관을 만나볼 수 있다. 감독은 ‘봉신연의’를 3부작으로 기획했다. 중국 사람이라면 <봉신연의>를 ‘서유기’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지라 속편들의 흥행도 기대된다. (그리고 CG의 개선, 성장도 기대되고 말이다)
요괴에 홀려 나라도, 가족도 다 잃는 은나라 군주 은수(걸)역을 맡은 배우는 페이상(费翔,Christian Rand Phillips)이라는 가수 출신의 대만 배우이다. 중국과 미국 혼혈이다. 중국 역사에서 너무나 유명한 악녀 ‘달기’를 연기한 배우는 나란(娜然)이다. 러시아 국적이라서 중국에서 “왜, 러시아 배우를 캐스팅했나?”라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설 <봉신연의>를 보면 ‘주왕’을 미혹에 빠뜨려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그중에는 포락지형(炮烙之刑)이란 게 있다. 시뻘겋게 달군 구리기둥에 죄수를 묶어 태워죽이는 끔찍한 형벌이다.
역사를 알면 결과를 안다. 결국, ‘무왕’(武王)이 무도한 은나라 주왕을 토벌한다. 무왕이 누구냐고? 서백후(西伯侯) 희창(姬昌)의 아들, 희발(姬发)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희발은 아버지와 형의 희생으로 역사의 주인이 된다. 희발은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다. 그게 기원전 1046년이다. 즉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이야기인 셈이다. (우얼산 감독의 <봉신연의> 2,3편은 이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다)
중국역사, 특히 고대사에 관심이 있다면 볼만한 작품이다. 물론, 허구와 판타지로 가득하다. 인명이나 생몰연대는 불확실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판타지/전쟁 영화 마니아에게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봉신연의:조가풍운 (원제:封神第一部:朝歌风云) ▶감독:우얼산 ▶출연: 크리스 필립스(은수), 우적(희발), 나란(달기), 이설건(희창), 황발(강자아), 하우(신공표), 진곤(원시천존), 원천(강왕후) ▶개봉:2024년1월23일/12세이상관람가/14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