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에 개봉되어 154만 관객을 동원하며 마음에 생채기를 낸 <외계+인>1부가 최동훈 감독의 52번의 편집 과정을 거쳐 <외계+인>2부로 돌아왔다. 도대체 ‘하바’가 무엇이며, ‘신검’이 무엇이며, ‘천둥 쏘는’ 처자(김태리)와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은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극장과 CJ ENM을 구원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최동훈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영화는 <외계+인> 1부에서 미심쩍었던 부분을 꽉 채워나가고, 시공간의 물리학적 문제를 도술로 유착시킨다. 당연히 그들은 지구를 구한다. 아슬아슬하게, 깔끔하게, 여운을 남기면서.
최동훈 감독의 상상력은 광대무량(廣大無量)하다. 시공을 교착하며 영화적 재미를 잔뜩 안겨준다. 줄거리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외계인들은 독특한 사법(교정)시스템을 갖고 있다. 죄를 지은 외계인(E.T)를 몰래몰래 지구인의 몸에 주입시켜 놓는다. 어떤 방식인지는 ‘현재 지구인의 과학수준’으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고려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가끔 가다 몸속에 들어간 외계인이 탈출, 즉 탈옥한단다. 지구 대기는 그들의 대기와 달라 오래 살지 못한단다. 여하튼 그런 죄수들을 관리하는 인물이 김우빈이다. 1부에서는 ‘죄수의 두목’이 탈옥하고, 여차저차해서 고려시대에 가게 되고, 다시 현 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엎치락뒤치락 수를 쓴다. 어떻게? ‘현대 지구인의 과학수준’으로는 알 수 없다. ‘신검’이란 것을 손에 쥐면 된단다. 영화는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스토리가 방대하다. 감독은 외계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현대인과 고려인, 그리고 무사와 도사, 평민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씨줄과 날줄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양이까지 등장한다!) 나무위키 ‘외계+인’의 1부 줄거리를 보면 (오늘 기준으로) 무려 11,563자 (원고지 82장) 분량으로 이야기를 소개했다. 엄청나다. 2부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한국 SF계의 신기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적 재미’를 강조할 것이다. 당연히 그 재미는 이야기의 재미에서 출발한다. SF인 듯하지만 결국 한국적 도술 판타지이고, 쫓고 쫓기는 추적극이지만 ‘누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끝까지 물고 간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서사구조이다.
최동훈 감독은 뜬금없는 선문답을 던진다. ‘다 뜰 안의 잣나무’라고. 분명 선(禪)문답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같다. 우왕(신정근)이 대사에서는 풀어서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뜰이고, 누군가는 잣나무야. 하필 그 뜰 앞에 그 잣나무가 있었을 뿐, 우연은 없어요. 다 인연이지.”라고. 소지섭이 고려에 갔더니 황릉 현감(도사)의 어린 제자가 있었고, 또, 어쩌다보니 어린 이안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인연인지, 우연인지, 멀티버스인지, 아니면 ‘현대과학’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능파가 눈이 그렇게 된 것도, 윤경호가 한강변에서 이하늬와 맞닥친 것도, 류준열이 그 택시를 타는 것도, 영화관객이 CGV 4DX관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것도 ‘다 뜰안의 잣나무’ (뜰 앞의 잣나무)인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그런 영화이다.
▶외계+인 2부 ▶감독: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진선규 ▶제공/배급: CJ ENM ▶제작: 케이퍼필름 ▶개봉: 2024년1월10일/12세이상관람가/1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