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명배우 김윤석이 <미성년>이란 소품으로 연기와 함께 영화감독에 도전한다. 염정아를 아내를 둔 김윤석은 김소진과 바람을 피운다. 하필 염정아의 딸과 김소진의 딸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제 두 딸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염정아의 딸은 김혜준이, 김소진의 딸은 박세진이 연기한다. 김윤석과 염정아의 딸 역을 연기한 김혜준을 만나 영화 <미성년>과 아빠 김윤석에 대해 물어보았다.
라운드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고 나온 질문이 있었단다. ‘<킹덤> 연기논란’. 김혜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에서 계비 역할을 맡았었다. 왕세자 주지훈을 몰아내려는 음모의 화신 류승룡의 딸이다. 사극 연기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후반부로 가면서, 아버지를 능가하는 궁중 야심본색을 서서히 드러내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사극은 처음이었고, 제 연기가 많이 부족했었다. 지적하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좋은 연기 보여드리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고개 숙인다. <미성년>에서의 연기는 호평일색이다. 염정아, 김소진의 연기에 꿇리지 않을 만큼.
- <킹덤>과 <미성년>은 어느 게 먼저 촬영에 들어간 것인가?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했다. <킹덤>을 먼저 찍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쉬는 텀이 있었고 그때 <미성년>을 찍었다.”
- <킹덤2>는?
“이미 촬영을 시작했고, 저는 5월에 촬영에 들어간다.”
● 첫 장면: 옥상 씬
- <미성년>에서 특히 신경을 썼던 장면이 있었다면?
“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독님이 특히 신경을 썼던 장면은 옥상 씬이다. 주리와 윤아가 만나 비밀을 폭로하는 장면. 촬영 시작하기 전에 한두 달 정도 그 장면을 공들여 연습했다.”
- 오디션 볼 때도 그 장면을 연기했다는데
“여기저기 오디션을 많이 볼 때였다. 1차와 2차는 서류와 조감독님이 당일 대본을 주면서 연기를 보는 것은 똑같은 방식이었다. 3차 면접 때부터 감독님이랑 1대1 심층 면접이 진행되었다.”
-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눴나?
“오디션 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저의 능력을 본다기보다는 사람 자체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같았다. 오디션 보는 입장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혜준은 몇 차례 과정을 거쳐 오디션을 진행했다. ‘주리’와 ‘윤아’ 역 두 개를 다 연습해서, 통과자들끼리 랜덤으로 맞춰보며 연기를 펼쳤다. 감독님은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셨다. ‘주리라면?’, ‘윤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결말에 대해서는?
“배역이 확정된 후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결말에 대해 놀랐다기보다는 무슨 의미인지 의아했다. 감독님이 이야기해 주셨다. 이런 뜻을 담고 있다고.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주리를 연구했다. 생각해보니, 17살 윤아와 주리라면 순수하고 예쁘고 당돌할 때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난, 마지막 장면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 윤아를 연기한 박세진과는?
“세진이가 나보다 한 살 어리다. 굉장히 어른스럽기도 하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많이 의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디션부터 시작하여 서로 합을 맞춰보고 그랬으니. 쟁쟁한 선배들 가운데 신인은 우리 둘밖에 없었다. 똘똘 뭉쳤다. 서로 잘 하자라며 힘을 북돋워주고 그랬던 것 같다.”
- 염정아 배우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현장에서 주리-윤아 그 자체로 와 있었다고 칭찬하더라.
“현장에서 캐릭터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거의 매일 감독님이랑 만나 연습했다.”
- 김윤석 감독이나, 엄마 염정아나 다 연기를 잘한다. 부담감은?
“근데, 그게 어느 정도 선배여야지. 너무 선배이고, 너무 잘 하시는 분들이시다. 우린 완전 신인이다. 그래서 폐 끼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좋은 부담감인 셈이었다. 어차피 조금 부족할 테니, 선배님이 끌어주시고 감독님이 가르쳐주시니 두려움은 없었다. 마음 편하게 연기했다.”
- 교실/복도에서 박세진과 아주 격하게 싸운다.
“액션스쿨에 다니며 합을 맞췄다. 막 싸우는 것 같지만 합이 있다. 온힘을 다해 머리끄덩이 붙잡고 활극을 펼친다. 창문 부딪치는 장면은 물론 대역이 있었고. 시사회 때보니 그 장면 특히 기억에 나더라. 우리에겐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어른들은 회피하고 도망가는데, 아이들은 뜨겁게 부딪치는 장면이다. 정말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심을 다해 싸웠죠. 그 의미를 알고 그 장면을 보면서 울컥 했다.”
- 운동은 잘하나?
“정말 최악이다. 액션 스쿨에서는 기초체력도 다졌는데, 악바리로 버틴 것 같다. 좋았던 것은 살도 빠지고...”
- 김윤석 감독님의 조언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어떻게 하라는 말보다는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연기하라고 하셨다.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충분히 공감해 줄 거라고. 그리고 늘 살아있으라는 이야기도 하셨다.”
김윤석 감독은 데뷔작을 위해 배우와의 호흡을 가장 중시했다고. 작품 끝난 후에도 단톡방으로 연락하고, 맛있는 것 함께 먹으러 다닌단다.
“김소진 선배 연극할 때, 염정아 선배 <완벽한 타인>할 때 같이 영화 보고 그랬어요.”
● 배우의 꿈, 오디션
- 연기자의 꿈은 언제?
“어떤 작품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천천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반대하셨기에. 대입 앞두고 진로를 정할 때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관 연극과 연기전공)
“어렸을 때 나는 끼가 없었다.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도 안 서면 좀 섭섭했다.”
- 학교 다닐 때 단편에도 출연했겠다.
“영화과 학생들 작품에 출연했었다. 서독제(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도 있다. ‘선미’라고. 정말 짧게 나온다. 그런데 내가 선미 역이다. 선미를 회상하는 내용이라서.”
“오디션 많이 봤다. ‘선미’ 때문에 ‘웹드라마’ 오디션 보게 되었고, 또 <킹덤> 오디션 보았고, <미성년>도 오디션 보고 캐스팅된 것이다. 100번 이상 봤을 것이다. 신인 연기자니까.”
- 오디션 봤던 작품 중에 마음이 가는 작품은?
“(오디션) 떨어진 것에는 미련을 갖지 않는다. 내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연연하다가는 상처받아 살 수가 없겠더라. 긍정적으로 살라고 주변에서 조언한다.”
● 나는 주리가 좋다
- <미성년>에서는 주리와 윤아 둘 다 매력적이다. 그런데, 다들 ‘윤아’를 연기하고 싶어 했다더라.
“처음에 대본을 깊이 읽지 않았을 때는 나도 윤아 캐릭터에 끌렸다. 공감이 가고, 안쓰럽기도 하고. 윤아 캐릭터에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리의 속마음을 아니까 주리도 매력이 있다.”
- 주리는 어떤 아이인가
“주리는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를 미워해야 하는데 완벽하게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아빠에게 안마도 해주고 그러잖은가. 화도 안 내고. (인큐베이터) 아이도 미워하지 않고. 평범하다. 우리 현실에 가까이 있는 아이 같다. 끝까지 윤아 손을 잡아주고, 함께 가는 게 주리다. 대견하다. 성인인 제가 봐도 멋있었다. 닮고 싶었다.”
- ‘킹덤’에서는 류승룡이, ‘미성년’에서는 김윤석이 아버지다. 어땠나.
“두 분 비슷하세요. 절 딸처럼 잘 대해 주셨고. 실제 두 사람 현장에서 아버지라 불렀다. 늘 먼저 안부 연락해 주시고, 시사회 초대해주시고.” (김혜준의 아버지 이름이 ‘김윤석’이라고 한다. 놀라운 인연이라면 인연!)
- 마지막 장면.. 기억에 남는 게 있나.
- “용각산 통에 든 것은 슈가파우더였다. 한 열 번 쯤 마셨나. 달콤했습니다. 그 장면 촬영할 때 분위기가 좋았다. 노을이 질 때 그 장면을 찍어야하니까. 영화의 끝 장면이어서 뭉클하기도 했다. 모든 의미가 엔딩에 담겨야하니.“
● 공포영화도, 멜로도 다 하고 싶다
- <킹덤> 출연 후 반응은?
“연락을 많이 받았다. 외국사는 사촌언니도 넷플릭스에서 봤다고 연락도 하고. 포스터에 제 얼굴 들어간 것이 처음이라 신기했다.”
김혜준은 차기작은 성동일 주연의 <변신>이다. 그 영화에서는 성동일이 김혜준의 아버지란다. <공모자들>과 <반드시 잡는다> 등을 만든 김홍선 감독의 스릴러이다. “성동일 가족 이야기이다. 가족에게 들이닥친 사건을 다룬다. 미스터리물이다. 새로운 연기 도전이라 기대된다. 종교적인 색채의 오컬트 무비이다.”
-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완전한 공포영화. <장화홍련> 같은 것. 그런 느낌의 영화. <여고괴담> 같은. 멜로도 안 해 봤으니 멜로도 하고 싶고, 또래와 부대끼는 청춘물도 하고 싶다. 신인배우니까.”
- 신인배우로 존경하는 배우나 함께 출연하고 싶은 선배 연기자가 있다면.
“몇 작품 안 되지만 워낙 존경하는 배우들과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밀양>을 감명 깊게 봐서 전도연 선배님도 존경스럽고, 최근엔 <눈이 부시게>를 가슴 아프게 봤다. 김혜자 선생님 너무 존경스러워요.”라고 말하더니, “전 김태리 팬입니다.”고 덧붙인다.
- 신인 배우로서 각오를 밝힌다면.
“너무 감사하고. 얼떨떨하다. 이번 영화 열심히 준비했다. 주변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다. 조금 설레기도 한다. 관객 평을 아직 못 봐서 긴장도 된다.”
“김윤석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배우로서 어떤 기술적인 것에 매달리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것이다. 좋은 선배들이 좋은 영향을 주더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에 대한 초심, 뜨거움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
<킹덤>을 거쳐 한 단계 성장한 김혜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미성년>은 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