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포스터의 한 줄 태그라인이 궁금해서 어두운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때가 있다. 아마도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그런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는 보기 전에 (이런, 영양가 없는) 영화리뷰도 읽지 말고, TV영화 프로그램의 상세한 소개도 보지 말고, 유튜브 짜깁기 영상도 멀리한 채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스크린을 응시하기를 권한다. 당신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소신, 사고방식, 철학관의 반영일 테이니.
<괴물>에는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실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장난을 치고,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그 친구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 형성에서 밀려난 아이는 어떤 신세인지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밀려난 학생’ 이른바 왕따 학생을 둘러싼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초등학생 아들 미나토(구로카와 소야)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미나토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자르고, 운동화를 한 짝만 신고 집으로 온다. 한 번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분명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로선 억장이 무너질 일. 학교로 달려가 담임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에게 따진다. 급우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도, 담임도, 교장도 상황을 얼버무린다.
과연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 <괴물>은 평범한 학교의 모습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카메라의 위치일 수도 있고, 내가 본 것, 그가 본 것, 우리가 본 것일 수도 있다. 과연 누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관여하는 사람들의 시선, 입장, 그리고 ‘속셈’에 따라 달리 서술된다. 그것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에서 보아온 차이이다. 시간과 시선과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사오리의 아들 ‘미나토’는 왜 ‘요리’에게 끌리게 되는지, 어떻게 신발 한 쪽을 빌려주는지 뒤늦게 이해하게 된다. 또한 요리는 왜 신발이 없는지, 미나토와 터널을 지나 비밀의 공간으로 가게 되는지 알게 된다. 영화에서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도 중요하다. 물론 3개의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친구들, 요리의 아버지, 교장의 남편의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면, 우리는 아마 다른 진실(혹은 측면)을 보게 될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괴물’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괴물인지, 이 사회가 괴물인지 일깨우려는 것도 아니다. 태풍이 몰아치고, 무서운 밤이 지나갈 때, 싱글맘 사오리, 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 그리고 요리의 아빠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만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소년과 소년을 행복할 것이다. 또 다른 세상에서 말이다.
▶괴물 (怪物)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출연: 안도 사쿠라(미나토 엄마 사오리), 나가야마 에이타(담임), 쿠로카와 소야(미나토), 히이라기 히나타(요리), 타나카 유코(교장) 나카무라 시도(요리의 아버지) ▶음악:사카모토 류이치 ▶각본: 사카모토 유지 ▶2023년11월29일/12세이상관람가/126분 ▶수입:미디어캐슬 배급:NEW
[사진=미디어캐슬/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