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시즌에 맞춰 영화사들은 저마다 공들인 대작들을 내놓았다. 그 중 ‘협상’(이종석 감독)은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배급하는 스릴러이다. 충무로의 타고난 이야기꾼이 선택한 ‘협상’에는 어떤 흥행요소가 포진하고 있을까
멜로 퀸일뿐더러 다양한 작품을 통해 충무로의 믿을 수 있는 배우로 굳건한 위상을 지키고 있는 손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위기협상팀 하채윤을 연기한다. 위기협상팀? 사무엘 잭슨이 나왔던 할리우드 영화 ‘네고시에이터’에 등장하는 경찰이다. 테러나 인질극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나타난다. 경찰과 대치 중인 급박한 상황에서 폴리스 라인을 넘어가 “내겐 무기가 없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 요구사항을 이쪽 책임자에게 잘 전달하겠다. 대신, 인질은 풀어주고 우리 이야기 좀 나눠보자.”라고 말은 건다. 보통 인질극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악당의 사연이 점차 드러나면서 ‘네고시에이터’(협상전문가)는 점차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인질범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또 다른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보통, 영화에서는 내부의 적이 존재하고, 음모론이 얽혀있다. <협상>도 그러하다. 손예진과 현빈은 ‘무엇을 노리고’ 이런 역대급 협상극을 펼칠까.
하채윤(손예진)은 긴급 호출되어 인질극 현장으로 달려온다. 본격적인 협상을 펼치기도 전에 경찰 SWAT가 무모한 진입작전을 펼치면서 인질범과 인질이 눈앞에서 죽는다.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가진 하채윤은 경찰을 그만 두려 하지만, 저 멀리 태국에서 연쇄/다중/상상초월의 인질극이 벌어지고, 하채윤은 경찰과 국정원과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빈’과 절체절명의 협상을 펼치게 된다. 인질범이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대단한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협상’은 사실 진부한 스토리이다. 국가 최고권력기관의 상투적 음모론에, 고아원 스토리가 추가되어 한국적 ‘가족’유대감이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누군가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몇몇은 소모품으로 기꺼이 희생된다. 주인공은 여기에 맞서 ‘정의감’에, 혹은 대체로 ‘죄책감’에 사건의 본질에 뛰어든다.
영화는 최고의 협상전문가 손예진과 최고의 복수극을 펼치는 현빈이 ‘따로’ 앉아 협상플레이를 펼치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실제 협상극처럼 오직 모니터를 통해 상대의 본의를 파악해야하는 한다. 손예진과 현빈이라는 멋진 남녀배우들이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물론, ‘협상’은 한국적 스릴러이다. 손예진은 ‘AI’가 아니다. 최고의 테크닉으로 최상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뚝딱 내놓는 것이 아니다. 범인과 말을 섞는 와중에 동조되고, 인질의 상황에 눈물짓는 등 인간으로서의 허점을 노출한다.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 이래,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부정부패는 결국 녹음, 녹화될뿐더러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유포된다. 정말 악당들은 정의로운 재판을 통해 단죄될까. 일반인의 법 감정과 큰 차이가 있다. 군산복합체만큼 사법농단은 적폐의 하나인 세상인데 말이다. 차라리 마지막에 빨간 버튼을 눌러 위선과 거짓의 타워가 폭삭 내려앉아 가루가 되는 장면을 보는 것이 영화팬으로서는 더없는 통쾌함이 아닐까. 그러면 남녀주인공이 다 죽어버리는 문제가 있나? 2018년 9월 19일 개봉/15세 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