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은 잘 생긴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런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은 발언과 행보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게 일심동체라면 멋진 일일 테고. 정우성은 오랫동안 감독의 꿈을 품고 살았다. 언젠가는 멋진 자기만의 작품을 연출해 볼 것이라고. 아마 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자기의 얼굴과 자기의 꿈에 어울리는 작품을 골랐을 것이다. 마침내 그런 영화가 완성되었다. 15일 개봉된 영화 <보호자>이다. 정우성이 감독과 함께 직접 주연을 맡았다. 그와 함께 김남길, 김준한, 박성웅, 박유나, 이엘리야 등이 출연한다. 충무로 대스타 정우성이 수십 년을 벼른 일검의 직격을 지켜본다.
영화 시작은 교도소에서 만기로 출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혁(정우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직의 큰 형님을 죽이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소 후에야 사랑하는 여인(이엘리야)이 딸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자신의 딸을 보면서 새로운 삶을 생각한다. 연인은 수혁에게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수혁은 과거를 씻고, 잊고, 평범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각오한다. 하지만 조직은 그런 그를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10년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을 강 이사(김준한)가 수혁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는 청부업자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하라고 의뢰한다. 연인을 잃고, 딸을 지키기 위해 수혁은 칼을 뽑아들고 달려간다.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정우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를 찍으면서 연출부 스태프에게 ‘레퍼런스 모으지 말라’고 했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이 영화나 CF촬영 현장에서는 그런 ‘레퍼런스’ 참조하기가 흔한 일이다. 그것은 ‘표절’이나 ‘오마쥬’라기 보다는 감독의 영상미학에 가장 적합한 ‘숏’과 ‘컷’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수많은 감독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상의 멋진 장면과 화려한 액션신은 어쩌면 비슷할 것이다. 캐릭터는 개성적이고, 빌런은 제 정신 아니고, 액션은 화려하고, 칼날은 반짝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보호자>는 새로운 삶, 평범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수혁의 핏빛 여정을 담고 있다. 10년 전, 수혁은 왜 큰 형님을 죽였을까. 응국(박성웅)과의 대사를 통해 짐작을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는 그 때 이미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무협 장르로 치면 ‘금분세수’(金盆洗手)의 의식을 치른 셈이다. 물론 비정한 ‘그 세계’에서는 그런 사람을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보호자>의 흥미로운 지점은 수혁의 그런 처지와 함께 ‘2인자’와 ‘3자’의 이야기가 유려하게 교차한다는 것이다. 김준한이 연기하는 강 이사는 누가 보더라도 찌질한 놈이다. 보스 응국이 보기엔 이놈은 ‘적당한 이사’에 불과할 것이다. 시키는 것만 선을 넘지 말고 알아서 해치우길. 그런데 열패감과 알량한 자존심은 자신의 생명과 조직의 안위를 흔들 것이다. (마지막엔 ‘조커’의 빨간 입술을 보여준다!) 강 이사와 함께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는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이다. 역시 많이 보아온 킬러이며, 해결사이며, 사이코이다. 그러면서 둘의 관계만큼이나 특별한 케미를 자랑한다. 김남길의 여유있는, 힘을 완전히 뺀 이상한 모습이 영화를 활기차게 만든다. 김남길과 박유나는 서로의 보호자이며, 정우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화약으로 기능한다.
이 영화가 허무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제대로 포착한 수혁의 삶일 것이다. <보호자>는 신인 정우성 감독의 흥미로운 ‘수컷 이야기’이다.
▶보호자 ▶감독: 정우성 ▶출연: 정우성,김남길,박성웅,김준한,박유나,이엘리야 ▶제공/배급: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제작: 영화사테이크 ▶개봉:2023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