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역사상 최고의 절세미인으로 손꼽히는 양귀비는 1,30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은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을 바탕으로, 당나라의 태평성대 뒤에 숨겨진 양귀비의 비극적 죽음을 판타지적 영상미로 복원해냈다. 영화는 장안을 뒤흔든 말하는 고양이의 저주를 풀기 위해 일본에서 온 승려 쿠가이(소메타니 쇼타)와 시인 백거이(황헌)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현종의 며느리에서 귀비가 된 양옥환의 드라마틱한 삶은 안녹산의 난과 마외역에서의 자결로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 죽음 이면에 감춰진 참혹한 진실을 '요묘(妖猫)'라는 장치를 통해 들춰낸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이백이 "구름은 그대 의상 꽃은 그대 얼굴"이라 읊었던 황홀한 연회 '환락지연'의 풍경은 천카이거 감독 특유의 장엄하고 환상적인 미학으로 박제된다. 이는 마치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를 떠올리게 할 만큼 마술적이고 환각적인 영상미의 정점을 보여준다.
백거이가 평생의 역작 '장한가'를 완성하기 위해 양귀비의 흔적을 쫓는 과정은 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서구적인 마스크의 장용용(샌드린 핀나)이 연기한 양귀비는 신비로우면서도 애처로운 아우라를 발산하며, 화려했던 제국의 몰락과 개인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에 전해지는 '양귀비 생존설' 같은 창작적 상상력이 더해진 이 영화는, 화려한 당나라의 유산과 그 속에 깃든 슬픈 원혼의 이야기를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로 엮어냈다.
장이머우가 '과장'의 미학을 즐긴다면, 천카이거는 역사 속 문학적 순간을 환상적으로 포착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다. <요묘전>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사극을 넘어, 시와 마술, 원한과 사랑이 뒤섞인 기묘한 미스터리극이다. 1,3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신비로운 양귀비의 전설이 궁금하다면, 천카이거가 설계한 이 황홀한 환각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