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과 <미드소마>의 아리 에스터 감독이 내놓은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5일 개봉을 앞두고, 흥미로운 GV를 진행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보’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1일(토) 오후 2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 상영이 종료된 후 아리 에스터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함께한 GV가 진행되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페셜 GV 모더레이터를 맡은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 봉준호입니다. 방금 세 시간 동안 무척이나 독특한 작품을 보셨다. 정말 놀랍고도 기이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놓고 여러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하며 “저도 이 작품을 만드신 감독님의 팬이다. 오래전부터, 또 미국에서 여러 차례 만난 적도 있고, 서울에서 이렇게 보게 됐다”라고 아리 에스터 감독과의 만남에 기쁨을 표했다.
이에 화답하듯 아리 에스터 감독은 관객들과 봉준호 감독에게 “오늘 이 자리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 3시간 동안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하며 “현존하는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영화계의 거장 그리고 저의 히어로인 봉준호 감독님이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제 삶의 6시간을 이 영화를 위해서 바쳤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 궁금한 게 무척 많다”라고 밝히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시작에 관해 질문을 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캐릭터로부터 시작을 했다. ‘보’는 그냥 제 자신이라고 생각된다. ‘보’가 겪게 되는 어떤 극강의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완화한다면 저의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라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았는데 좀 바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한군데 모아 놓은 게 <보 이즈 어프레이드>라는 각본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10년도 더 전에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시나리오를 처음 썼다. 제가 쓰고 읽었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을 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나 예산도 크고 기이한 면들도 있었기 때문에 제작에 들어갈 수 없었다. <미드소마>를 만들게 되었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각본에서 많은 부분을 다시 수정해서 최종 작품을 오늘 보여드리게 된 것이다”라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본 소감을 전했다. "완전히 저는 압도되는 경험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특히 호아킨 피닉스가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거기 나오는 모든 샷들과 모든 사운드들과 연기의 파편들에 저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스터의 경지다. 세 번째 작품이지만 이런 느낌을 받았다. 정말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 면도칼로 몸 여기저기를 베이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나요?”라고 영화에 극찬을 보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이 구조는 처음부터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피카레스크라는 장르가 영화보다는 문화 쪽에 많이 보이는 거지만 영화에도 하나의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면서 그 과정에서 길을 좀 잃을 수도 있는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해 처음부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뇌 속을 헤엄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가 정확히 스태프들한테 얘기를 했었다. 피카레스크라는 장르가 어떻게 보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는 것 같고, 처음부터 ‘보’가 엄마의 집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진지하게 표현을 하면서도 저의 전작들을 패러디한 부분들도 많이 녹여내지 않았나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물을 빼놓고 얘기 안 하면 더 섭섭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물의 이미지들이 계속 차곡차곡 쌓여 나가는 영화인 것 같다”라는 질문을 했고, 아리 에스터 감독은 “물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로 영화에 다뤄지는데 구조적으로 물이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작점과 도착점이 같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원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는 출발했던 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봉준호 감독은 “뱀이 꼬리를 무는 형태가 순환하는 구조가 되면 인과관계나 시간의 순서들이 무의미해진다. 시간의 순환 구조 자체가 엉켜있는 느낌이 들며 그렇지 않아도 영화가 어질어질한데 관람하는 우리를 더 어지럽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그런 부분에 스스로 매혹되면서 해나간 건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을 했고, 아리 에스터 감독은 “감독님께서 제가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경험한 것 같다. 거울의 방 같은 느낌을 추구했다. 각각의 세상이 다른 세상을 비추는 그런 느낌이었고, 연극 장면의 경우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길었구나 느꼈을 정도로 영화의 시간에 좀 무감각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순간이 아마 우리가 ‘보’라는 인물을 가장 깊이 있게 이해하는 순간이면서도 사실 ‘보’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현존했던 세상이 아니었던 순간이고 그런 것들을 의도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와 맞는 이상적인 관객은”이라는 질문을 던졌고, 아리 에스터 감독은 “아마 지금 현재에 좀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있거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 그리고 어떤 양가적 감정으로 인해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태, 어떻게 보면 결과가 무서워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한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분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한 영화인 것 같다”라고 전하며 “그런 분들에게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구나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고 그다음에 앞으로 일보 전진하기 위한 어떤 영감을 줄 수도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리 에스터 감독은 같은 날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보 이즈 어프레이드> 단독 스페셜 GV를 앞서 진행했고, 이 또한 뜨거운 관객 반응을 이끌었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가 모더레이터로 함께한 GV에서는 전작 <유전>과 <보 이즈 어프레이드>와의 연결성에 관한 이야기부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애니메이션과, 연극적인 요소에 관한 이야기, 아리 에스터 감독의 비전 등을 이야기하며 관객들과의 즐거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7월 5일 개봉한다.
[사진= 싸이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