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의 대가 김지운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을 실사화하며 선택한 배경은 2029년 통일 직전의 한국이다. 남북 통일을 방해하는 반통일 테러 단체와 이를 진압하려는 특기대, 그리고 권력 암투의 중심에 선 공안부 사이의 처절한 대립을 다룬다. 원작이 2차 대전 이후 독일 식민 지배를 거친 일본의 대체역사를 그렸다면, 한국판은 통일이라는 거창한 과제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고뇌에 집중한다.
특기대 요원 임중경은 자폭 테러를 목격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집단의 목표에 충성하던 ‘늑대’의 삶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성찰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광화문 진압 장면과 남산타워, 지하수로를 배경으로 원작을 압도하는 월등한 비주얼 액션을 선사한다. 특히 육중한 강화복의 미학은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거대한 정치적 음모와 강화복이라는 화려한 외피 속에서 한 개인의 내면적 트라우마를 온전히 길어 올리는 데는 한계가 보인다. 액션과 멜로의 어색한 동거는 몰입을 방해하고, 늑대가 되지 않으려는 혹은 늑대가 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는 모호하게 그려진다. 결국 2029년의 미래조차 공안의 암투와 프락치의 절망감이 가득한 암울한 상상도에 머문다. 강화복의 옵티큘러에 김이 서린 듯,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는 임중경의 행로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모양새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