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에 빠진 한국 극장가에 마동석이 긴급 심폐소생술에 들어간다. 2017년 시작된 충무로 프랜차이즈 <범죄도시>의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석도 형사의 주먹은 여전히 강.력.하.다.
영화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금천서를 뒤로 하고 서울 광수대(광역수사대)로 전근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첫 출근길에 도로에서 양아치들이 주먹자랑하는 것을 가볍게 정리하면서 녹슬지 않은 마석도의 펀치력을 보여준다. 이어 광수대 사무실. 장태수 반장(이범수)의 책상에 놓인 공진단을 한 움큼 집어먹으면서 새로운 얼굴과 활기찬 팀워크를 예고한다. 호텔 건물 추락사를 수사하다 ‘하이퍼’라는 신종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이퍼’를 유통시키는 조직은 일본 야쿠자와 연계되어 있고, 놀랍게도 경찰 마약담당 형사 주성철(이준혁)이 그 뒷배를 봐주고 있었다. 마석도는 단서를 쫓아가고, 주성철은 야쿠자의 마약을 빼돌리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주성철의 농간을 눈치 챈 야쿠자 두목(쿠니무라 준)이 최강 칼잡이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서울로 보내고, ‘하이퍼’를 둘러싼 총과 사무라이 칼, 그리고 마석도의 주먹싸움이 시작된다.
688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거친 <범죄도시>1편은 2004년 금천경찰서를 배경으로 했다. 가리봉동을 장악한 연변 조폭 장첸(윤계상)을 상대로 강력펀치를 휘두르던 그는 2편에서는 베트남으로 날아가 강해상(손석구)이라는 빌런을 통쾌하게 진압한다. 경찰서의 시간은 흘려가고 이번 작품은 2015년을 배경으로 한다. 마석도는 여전히 머리를 쓰는 스마트 형사가 아니다. 그러니 금융범죄, 첨단범죄, 해커 잡는 형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뛰고(?), 얻어맞으면 몸과 몸이 맞부딪치는 그런 100% 현장결정형 형사이다. 이번 3편에서도 광수대 소속으로 마약수사에 뛰어들지만 해결방식은 여전히 올드하다. 인상 찌푸리고, 가볍게 웃고, 주먹을 치켜든다. 때로는 깡패들에게 윽박지르고, 으르고, 패고, 때리고, 주먹질하는 직진 스타일이다.
배우 마동석은 잘 아는 형사들로부터 수많은 범죄이야기를 들었단다. 적어도 50편은 된다고. 그중 자신이 영화화하기에 적합한 것을 골라 현재까지 8편을 추려두었다고 한다. 마동석 배우의 성향상 ‘성범죄’나 ‘국제테러단체’가 등장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마석도는 그런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영화팬들이 굳게 믿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마동석은 ‘범죄도시’에 액션의 타격감과 빌런의 개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 같다. 이번 3편에서도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샌드백을 때리듯 악당을 날려버리는 타격감은 영화팬의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범죄도시3>에서는 빌런이 투트랙으로 등장한다. 마약과 얽힌 비리형사 주성철(이준혁)과 바다 건너 온 야쿠자 리키(아오키 무네타카)이다. 경찰 내부의 부패/비리경찰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이번 주성철은 <레옹>의 게리 올드먼 급이다. 이준혁의 악당 연기는 훌륭하다. 한국 범죄영화에서 야쿠자가 설치는 것도, 저렇게 때려 잡는 것도 신선하다.
마동석 원맨쇼 같지만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편에서도 새로이 합류한 광수대 이범수, 김민재의 형사연기는 베테랑급이었고, 고규필(초롱이)과 전석호의 감초연기도 확실한 재미를 보탠다.
악당이 총을 들고 나오든, 칼을 휘두르든 마석도는 주먹으로 싸움을 평정할 것이란 굳은 믿음이 있다. 그러고 보니 액션영화에서 이렇게 주인공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가 흔한가. 마석도는 분명히 이길 것이고, 악당에게 마지막 강펀치를 날릴 것이란 확실한 믿음이 있으니.
<범죄도시>는 668만, <범죄도시2>는 추앙받는 손석구의 덕을 보면서 1260만 관객이 들었다. <범죄도시3>에 얼마나 많은 영화팬들이 환호할까. 4편도 이미 찍었단다. 마석도가 악당의 손에는 죽을 일이 없겠지만 배우 마동석의 몸 생각을 한다면 경찰 수사시스템의 선진화가 지금이라도 필요할 것 같다. 지금 한국영화계에는 플랜이 많이 필요하니 말이다.
▶범죄도시3 (영어제목: THE ROUNDUP: NO WAY OUT) ▶감독: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전석호, 고규필 ▶개봉:2023년 5월31일/105분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