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모습은 아름답다? 88만원 세대에게도 과연 그럴까. 여기에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온 2018년의 청춘이 있다. 김태리이다.
김태리는 진학과 함께 서울로 간다. 하지만 졸업, 취업준비, 임용고시 탈락, 힘든 편의점 알바를 하다 결국 남친을 두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그 ‘시골’이란 것은 기댈 가족이 전혀 없는 빈집이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엄마에 대한 추억과 친구라는 아름다움이 남아있다. 자, 김태리는 어떻게 ‘아픈 청춘의 한때’를 극복할까.
임순례 감독은 ‘대작영화’들이 폭포같이 쏟아지는 충무로에서 작심하고 작은 영화를 만든다. 일본 원작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다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영화로, 그것도 두 편이 만들어졌다. 임순례 감독은 강단 있게 밀어붙인다.
‘리틀 포레스트’가 그리는 김태리의 고향집은 상투적이며 뻔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순수하다. 보이는 자연은 평화롭기 그지없고, 일어나는 일은 하나같이 정겹다. 그런 기대와 예상을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완벽한 모습이 오히려 이 영화의 힘이다.
혜원(김태리)의 가정사는 독특하다.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의 빈자리가 여전히 느껴지는 시골집에 혼자 돌아와서는,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로 살아남은 법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의 곁에는 류준열과 진기주라느 좋은 친구가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치유의 드라마이며, 맛있는 음식이 빚어내는 미각의 총합이다. 된장국에 쌈 싸먹는 시골밥상이 아니다. 엄마(문소리)에게서 물려받은 요리솜씨와 제철 미각은 풍요로운 밥상과 흐뭇한 레시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도시에서의 혜원은 배고팠다. 유통기한 지난 음식에 이골이 난 혜원은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재료로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천상의 기쁨을 누릴만한 만찬을 즐긴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와 닭, 다슬기, 송충이마저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의 피곤함, 직장에서의 숨막힘, 관계의 삭막함을 잊게 하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김태리의 건강함, 류준열의 우직함, 진기주의 발랄함. 그리고 문소리의 포근함이 <리틀 포레스트>를 최강의 힐링무비로 완성시켰다. 2018년, 첫 번째 필견의 영화이다.
참 이 영화는 경상북도 의성에서 촬영했다. 컬링으로 온 국민이 다 아는 ‘마늘의 고장’, 그 의성이다. 그런데 ‘마늘’요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