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KBS 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소개된 영화의 울림이 크다. 16일(금) 밤 [독립영화관]에서는 <애타게 찾던 그대>(감독 이민섭)와 <옥천>(감독 이경원), <북극성>(감독 염승민)이 영화팬을 찾았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해준다.
<애타게 찾던 그대>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제목부터 인상적인 단편을 만들었던 이민섭 감독의 신작이다. 공승연과 조복래, 그리고 임성재 출연하는 굉장한 나름 캐스팅부터 매력적이다. 영화는 2020년,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괴담 단편 제작지원 공모전‘에 선발되어 이듬해 BIFAN에서 공개되었다. 영화는 코믹스럽게, 멜로 같이 흘러가더니 점점 미스터리가 되고, 스릴러로 마감된다. 러닝타임 ’9분‘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는 한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한다. 토끼 인형을 한 여자(공승연)는 공원을 오가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말을 걸려고 한다. 전단지를 건네주면서 ‘이것 좀 봐 주세요.’, ‘혹시 목마르지 않으세요.’라며. 호숫가에 앉아있는 남자(조복래)를 발견하고는 다가간다. ‘우리, 밥 먹을래요?’, ‘마음에 들어요’하며.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고 한다. ‘목소리가 듣기 좋네요’란다. 결국 벤치에 앉아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여자는 남자를 ‘부담 갈 정도로 빤히 쳐다보며’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음악 좋아하나요?’라고 묻자 남자가 ‘좋아해요’라고 대답한다. 여자는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좋아해요!‘라고 하자. 목소리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기 시작했단다. 남자의 목소리 뒤에 여자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살인자의 목소리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겹쳐 나온다는 것,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사실 아픈 과거가 있다. 오래 사귀던 남친이 딱 1년 전에 이 호수에서 죽었단다. 여자는 혹시나 싶어 이 호숫가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타게 말을 걸고,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한 것이다. 언젠가 자신에게 ’좋아해요‘라고 말했을지 모를 남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자는 ‘애타게 찾던’ 그 사람을 찾을수 있을까. 조복래는 누구일까.
영화 [애타게 찾던 그대]는 마지막까지 영화적 장치를 남겨둔다. 조복래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인지보다는, 조복래의 현재 형상을 통해 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119로 전화하면서 마지막 반전을 남긴다.
애타게 목소리를 끌어내는 공승연의 대사 톤과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영화를 미스터리하면서도 아늑하게, 아득하게 만든다. 다음에 볼 기회가 있다면 한 번 꼭 챙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