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감독만큼 '정직한 후보'를 정직하게 만들 수 있는 연출자가 있을까. 제대로 터지고, 시원하게 까는 새로운 주둥이의 탄생을 알리는 '정직한 후보'의 속편이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는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하며 고향으로 돌아가 정치계 복귀를 하지 못하던 주상숙(라미란 분)이 우연한 기회로 인해 바다에 빠진 청년을 살리게 되고 도지사 선거에 나서게 되며 다시금 정치계에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도지사를 맡은 이후 정직하게 일해온 과정과는 달리 점차 지지율을 떨어지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자신과 타협하기로 한 주상숙은 지지율 상승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저버린다. 그에 대한 벌이었을까, 우연한 계기로 본편 '정직한 후보'에서 찾아왔던 '진실의 입' 저주에 다시 걸리게 된다. 하지만 주상숙뿐만 아니라 빋었던 그의 비서실장 희철(김무열 분)까지 저주에 걸리게 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한다.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는 코미디라는 장르의 이면에 사회적인 함의를 넣은 작품이다. 그러기에 주인공 설정과 그에 따른 디테일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장유정 감독은 그 점을 제대로 파악했다.
메인 주인공인 주상숙부터 도지사가 되자마자 바로 초심을 잃는 모습은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다. 마치 '정직한 후보' 1편의 후반부에서 공익을 위해 힘껏 싸울 것이라 다짐했던 청년 의원이 주상숙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그와 같은 인물이 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상관없이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잘못을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현주소를 지적하는 듯 보인다. 이는 마치 '송곳'에 나오는 명대사,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를 떠올리게도 만든다.
더불어 주상숙이 사람을 바다에서 구한 뉴스가 뜰 때 종합적인 뉴스를 보여주는 아래 자막란에 또 다른 뉴스들이 지나가는데, 국회의원의 패싸움 연루 속보, BJ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전 국회의원의 소식 등이 자막으로 올라간다. 이는 2022년 현재를 살아가며 매일 뜨는 정치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 한데?"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씁쓸한 현실이 드러나는 구간이다.
이어 본편에 출연한 모든 캐릭터가 속편에 등장하는 것도 반갑지만 본편에 이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또한 강렬하다.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며 작위적인 풍경이 그려지는 작품이 있지만 '정직한 후보'의 속편만은 그런 경우를 다행히도 피해 갔다.
남편의 여동생이자 미운 시누이 포니 역할인 박진주 배우의 (국내인지 해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외계어 같지만) 찰진 사투리 연기, 모든 일의 중심에 서있는 불량 건설 업자 윤두준의 광기가 담긴 연기, 그리고 남북 협력 올림픽 관련 북한측 대표로 등장하는 김재화 배우의 변수 없는 훌륭한 연기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구성, 신선한 설정의 등장인물, 그리고 늘어난 진실의 주둥이만큼 더 크게 터지는 사이다 장면까지. 속편의 장점이 될만한 요소를 빽빽이 채운 이 작품을 안 볼 이유가 없다. 쿠키 영상 있음. 9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