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서은영 감독의 <고백>이 방송된다. 202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후 작년 초 극장에서 개봉되었던 영화이다. 박하선, 하윤경(드라마 ‘우영우’의 ‘봄날의 햇살’)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는 가정폭력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여자들의 노력이 스크린으로 번져나가는 작품이다.
동네 지구대 순경 지원(하윤경)은 조깅을 하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오순(박하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오순은 지원이 경찰임을 바로 알아본다. 지원은 오순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하라고 한다. 오순은 동네 어린이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 보라(감소현)가 언제나 신경이 쓰인다. 학교에는 자주 결석하고, 학대받는 정황이 뚜렷하다. 오순은 ‘가정폭력’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선다. 지원은 데이트폭력이든, 스토킹이든, 가정폭력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자신을 찾아달라고 말한다. 어느 날 ‘가정폭력’을 일삼던 보라의 아버지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순경 지원이는 오순의 행동이 의심스럽고, 경찰은 그녀의 행방을 좇는다. 보라도 함께 사라졌다.
영화는 가정폭력의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다룬다. 오순은 어릴 적 아버지의 폭력을 소스라치게 경험했기에 어떻게 하든 자신과 같은 피해자(아동)가 생기기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경찰이 된 지원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학교폭력(왕따)을 지켜보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경찰이 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순경 한 명’과 ‘사회복지사 한 명’으로 안정이 유지되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남성가해자와 폭력아버지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아동을 지켜내려고 말이다.
영화 <고백>은 가정폭력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상황을 잔인하게 보여준다. 아이는 매를 맞지 않기 위해, 착하게 보이기 위해 자신만의 안정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오순’은 ‘보라’를 위해 희생한 셈이다. 서은영 감독은 보라의 행동에 대해 “보라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자랐다. 모든 경우를 흡수해서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자기)보호 본능일 것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오순이 입장에서는 자신처럼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영화 <고백>은 보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정폭력의 문제와 함께, 특별한 이야기를 펼친다. 아이를 유괴한 범인은 TV뉴스를 통해 중대협박을 한다. 국민 1인당 1천 원씩 송금하여 1주일 내에 1억 원이 모이지 않는다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시간은 가는데, 그 돈이 모일까. ‘보라’의 이야기와 함께 어쩌면 뜬금없는 전 국민 ‘인간성’테스트 모금운동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잠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발상이 유치하지만, 심오한 인간심리를 건드린다. 제목으로 쓰인 ‘고백’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누구의 고백인지 알게 된다.
박하선, 하윤경, 감소현(아역), 서영화, 정은표가 출연하는 서은영 감독의 두 번째 감독 작품 <고백>은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