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다국적 기업 미란다사가 품종 개량한 '슈퍼 돼지'를 둘러싼 거대한 소동극이다. 10년 전, 미란다사는 전 세계에 27마리의 새끼 돼지를 분양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 강원도 산골에서 미자(안서현)와 함께 자매처럼 자란 '옥자'는 최고의 돼지로 선정되어 뉴욕 도축장으로 끌려갈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옥자를 구하려는 미자의 여정과 미란다의 비윤리적 실체를 폭로하려는 동물보호단체 ALF의 활약을 긴박하게 그린다.
작품 곳곳에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미학적 인장들이 선명하다. 사라진 존재를 쫓는 <플란다스의 개>, 맹목적인 애착을 보여주는 <마더>, 괴물 같은 시스템에 맞서는 <괴물>, 그리고 식량 문제를 다룬 <설국열차>의 정서가 유기적으로 흐른다. 거대 기업의 사악함을 맹폭할 것 같던 서사는 봉 감독의 재능과 만나 따뜻한 디즈니 가족극 같은 감동으로 수렴된다. 다만, 도축장의 충격적인 비주얼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강렬한 잔상을 남기며 식용 가축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특히 <옥자>는 제작 방식에서도 혁신적이었다. 스트리밍 공룡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오리지널 무비'로서 브랜드 가치를 입증한 사례다. 극장 상영을 둘러싼 기존 멀티플렉스들과의 갈등은 오히려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고도의 마케팅 효과를 낳았다. 깐느 영화제에서의 소동과 한국 내 화제성은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전략이 완벽히 주효했음을 증명한다.
결국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의 자본을 발판 삼아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낸 결과물이다. 돼지와 하마, 매너티를 섞어놓은 듯한 옥자의 신비로운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자본주의의 민낯은 관객들에게 재미와 사유를 동시에 던져준다. 매달 일정액으로 수많은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시대의 문법 속에서, <옥자>는 영화적 성취와 마케팅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