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동시 개봉작들에게 '비상선언'을 내릴 영화 '비상선언'이 극장가에 상륙한다.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은 사상 초유 항공기 재난 상황을 마주한 승객들과 승무원들, 기장 그리고 지상에 있는 장관과 형사의 고군분투가 그려진 작품이다.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 역을 맡은 송강호를 비롯해 아이를 위해 하와이로 떠나게 된 승객 재혁 역의 이병헌,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을 맡은 전도연 등 역대급 캐스팅 라인업과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이미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입국장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승객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북적이는 사람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줄지어 서있던 그때 한 청년, 진석(임시완 분)이 데스크에서 "여기 사람들이 많이 타는 비행기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이에 개인 정보를 유출할 수 없었던 승무원은 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지만 그는 집요하게 물은 뒤 대뜸 상스러운 욕을 하며 사라진다.
한편, 형사 생활을 오래 해온 팀장 인호는 팀원들이 장난 전화라고 치부하는 테러 예고 영상을 보게 된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고의 근원지를 탐색하던 그는 무언가 수상한 낌새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근원지에서 그게 보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곧 지상에서 28,000 피트 상공을 넘어선, 이미 하와이로 출발한 비행기 속 승객들에게도 전해진다.
항공 안에 있던 재혁은 이륙 전부터 수상하게 지켜본 진석을 쫓고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그를 의심할 수 있는 근거도 없는 터. 하지만 그러한 의심을 제기하기도 전에 항공기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영화 '비상선언'은 잠시 영화관 의자에 앉았을 뿐인 관객들의 눈앞에 끔찍한 항공 재난을 그대로 전시한다. 실제 비행기를 가져와 촬영한 신들, 그리고 그 비행기에 연기자들을 태운 채로 돌려가며 촬영을 해 탄생시킨 360도 회전 신은 관객들 또한 그 하이재킹 당한 비행기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항공 재난에 휘말리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화려한 볼거리도 '비상선언'의 포인트지만 더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조연들의 저력이다. 그저 "말해 뭐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기파 배우 이병헌, 전도연, 송강호 등의 열연은 기본, 비행기에 갇힌 채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승객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한 승객 역을 맡은 모든 조연들의 호연이 매우 돋보인다. 딸을 가진 엄마와 아빠, 이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될 줄 몰랐던 노부부 등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는 역할을 맡은 그들의 연기는 매우 절절하다.
이외에도 모든 판단에 냉소적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 역을 맡은 배우 박해준은 분노를 유발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현실적인 사회의 단면을 지적하며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고, 탑승객의 안전을 단단히 지키고 살피는 기내 사무장 희진 역의 배우 김소진은 언제나 맏언니 같은 훈훈하고 깊은 연기로 작품의 기반을 단단히 받쳐냈다.
실감 나는 연출, 그리고 주연과 조연의 제대로 된 연기. 이 작품이야말로 '모두가 이뤄낸 승리'라는 말이 적합한 영화였지 않을까. 8월 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