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길우는 '온 세상이 하얗다', '식물카페, 온정', '정말 먼 곳' 등 다양한 독립 영화에서 활약을 선보인 후 최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등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다. 좋은 배우라는 정의 그 자체인 강길우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식 사회자로 선정되어 전주국제영화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Q. 독립영화계의 스타를 넘어 TV, OTT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소감은 어떠한가?
매니지먼트가 생긴 후 일 년 조금 넘었다. 활동한 영역의 범위가 넓어졌고 상업적인 작품도 하게 됐다. 작품 수도 많아졌다. 일 년을 매우 바쁘게 살았다. 처음에는 여러 작품을 동시 촬영해야 하고 인물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즐기면서 하고 있다. 이런 시기를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수 있는 상황도 올 것 같고 이 때 아니면 언제 하냐는 생각도 생겼다.
Q.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식 사회자로 임명됐는데 영광스러운 자리이기에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사회를 본다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를 5년 째 오고 있는데 정말 감사한 영화제다. 영화제가 이런 곳인가를 알게 해준 영화제다. 전주는 나에게 친정 같은 느낌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웃음) 감사해서 거절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 내서 하겠다고 한 것이다.
Q. 문득 MBTI가 궁금해진다.(웃음)
ISFJ다. 처음에는 N형이길 바라면서도 어차피 성격을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다. 도움이 많이 되는 것도 있다. 가령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일 하지 않는 시간이 많다. 쓸데 없는 잡념에 빠지지 않고 잠도 잘 자고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직업 배우로서 괜찮은 것 같다.
Q. 폐막식 사회를 보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점이 있는가?
2018년에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회를 봤는데 그때 든 생각이 두 가지가 있었다.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겠다'와 '절대 안 해야지'라는 두 생각이었다.(웃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이번에는 실수를 담습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Q. 이번에 김우겸 배우와 '8090 배우가 간다'는 주제로 '전주톡톡' 이벤트에 참여하고 관객들과 만났다. 소감이 어떠한가?
방금 하고 왔다. 도착하자마자 행사를 가서 영화제 분위기를 못 느꼈는데 40분 정도 토크를 하다 보니 '영화제에 왔구나', '이전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관객이 꽉 찬 극장을 맞이하는 설렘이 있다. 즐겁게 대화 나눴다.
Q. 관객들의 어떤 질문이나 대화가 기억에 남았는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같이 나온 김우겸 배우는 답을 잘 했는데 반면 내가 생각하는 나는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것 같다'고 답변했던 것 같다.(웃음) 스트레스 받으면 운동하거나, 산에 가거나 한다. 인생 한 번 죽고 한 번 사는데 사소한 스트레스에 얽혀서 사나 싶다.
Q. 팬데믹 기간에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에 대한 감사함이 있을 것 같다.
팬분들에게 굉장히 감사하다. 전주든 부산이든, 항상 찾아주시는 분들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감사한 것 뿐만 아니라, 이 분들이 한국 영화, 특히 독립영화를 사랑해주시기에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 판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영화제에 관심을 둔 분들이라 그런 면에서 독립영화 선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매번 볼 때마다 반갑다.
Q. 지난해와 올해를 돌아보면 대중들에게 강길우를 알리는 주요한 해였던 것 같다. 성장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독립 영화만 촬영했던 시절에는 그 안에서 현장의 패턴, 공기에 위축됐던 때가 없어서 편하게 연기했다. 드라마, 상업적인, 현장에 스태프가 많은 작품에 갔을 때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이제는 나름의 큰 현장에 대한 근육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경험이 없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 지금은 독립영화든 드라마든 내가 연기하는 것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연기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나에게 잘 집중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반갑다. 몰랐던 것들을 얻어갈 것이라는 설렘이 있다.
Q. 이때까지 정말 다채로운 역할을 맡아왔고, 앞으로도 작은 영화든 큰 영화든 상관없이 출연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배우로서 맡고 싶은 역할이나 목표치가 있는가?
말씀하신 대로 계속 다른 얼굴들을 보여주는 방식의 작품들을 해왔다. 내 마스크가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았고 다양한 기회가 왔고 그것을 겁내지 않고 받아들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안 들리고 있지만 계속 하다 보면 밑천이 드러나고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요즘은 강길우라는 배우의 신뢰를 다들 가지게 만들고 싶다. 캐릭터 변신보다는 '저 사람이 자기 색깔로 소화하네, 이런 역할도 하네'라는 방향으로 연기를 해가고 싶다. 새로운 얼굴로 나왔다기보다는 이런 역할도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특정 직업을 꼽기보다 장르적으로 멜로에 도전하고 싶다. 현실적인 멜로가 재밌을 것 같다. 아무래도 살아오면서 가지고 있던 것들도 연기로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얼리티가 잘 살아있는 장르를 해보고 싶다.
Q. 현재 마무리하고 있는 작품이나 차기작이 정해진 것이 있는가?
최근 촬영들은 마무리가 됐고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작품 촬영이 남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에도 출연하고, tvN 드라마 스테이지의 '첫눈길'이라는 작품에서 한선화 배우와 곧 결혼을 앞둔 동거를 하는 예비 남편인데 사고로 죽고 회상 속에 나오는 방식으로 나온다. 내가 알기로는 5월부터 순차적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OTT나 산업적으로 예전에는 영화 티비 드라마라면 그 가운데 영역이 생겼다. 영화 스태프, 드라마 스태프들이 섞이는 교집합이 생긴다. 드라마 스테이지의 '첫눈길'은 모든 스태프분들이 다 친한 지인이다. 작은 영화 때부터 작업을 해와서 일하면서도 동창회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왠지 그래서 편한 모습이 담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한 작품과, 그냥 편하게 말하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놀았던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강력한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을 향해 달려가면서 배우들이 나누는 연기적인 호흡들이 기대가 된다. 완성본을 못 봤지만 확신을 가진 작품이다. 본방사수 부탁드린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