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우주까지 날아갔으나... 중력 대신 사라진 재미"
고요하다. 이번 해 '오징어 게임', 'D.P.' 등 다양한 한국 작품들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어찌 된 일인지 한국의 SF 시리즈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달고 나온 '고요의 바다'를 향한 반응은 적막하기 짝이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감독 최향용)는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미래의 지구에서 임무를 받고 버려진 발해 기지로 떠난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 전부터 배우 배두나, 공유 등 다양한 국내 톱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 '승리호' 이후 또 다른 한국식 SF 시리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관객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 작품이었다.
고요의 바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우주까지 날아갔는데 중력 대신 재미가 사라졌다. 스릴러라는데 긴장감이 눈곱만치도 없고 초중반부 서사 전개 속도는 나무늘보처럼 처지며 예상 가능한 뻔한 시나리오는 보너스다. 반전 또한 공개되기도 전에 예측 가능하기에 시청자 모두를 노스트라다무스로 만들어버리는 전개에도 모자라 어그로를 끄는 고구마 악역의 등장까지, 뭔가 잘못됨을 감지한 순간 이미 시리즈는 4회차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생존을 다룬 작품에서는 등장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하건만,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 그 누구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인물 간의 감정선이 부족하고 이해관계도 입체적이지 않다. 결국 서사가 전개될수록 이들이 죽어도 아쉽지 않고 살아도 기쁘지 않은 느낌마저 들게 된다. 이는 '오징어 게임'에서 덕수 역으로 나와 큰 인상을 남긴 허성태 배우가 '고요한 바다'에서 스쳐 지나가는 NPC 정도로 기억될 뿐인 점에서도 드러난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캐릭터의 설정이 잘못됐다는 문제다.
고요의 바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SF 영화 치고 굉장히 빈약한 과학적 디테일 또한 큰 흠이다. 작품을 끌고 가는 메인 소재인 월수에 대한 친절한 설명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왜 월수에 접촉한 사람들이 강제 수둔술을 하게 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지, 반대로 복제인간 실험을 받은 루나는 월수의 어떤 영향으로 진화하게 됐는지, 루나가 문 송지안 박사(배두나 분)가 항체를 가지게 된 원리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과학적인 키워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
더불어 글로벌 플랫폼에 공개되는 콘텐츠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범벅된 한국형 신파 클리셰는 이 중구난방의 작품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공유는 '부산행' 때부터 집에 돌아가기 힘든 캐릭터만 연기하는 듯한데, 또 다시 자기 자식은 딴 사람에게 맡겨 두고 모두를 위한 희생을 선택하는 장면은 탄식을 유발한다.
고요의 바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그렇게 탄생한 엔딩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적막 그 자체를 유발한다. 시즌 2에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SF 시리즈 발전의 여정 중 한 걸음이라고 보기엔 오히려 결코 승리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승리호'보다도 일보, 아니 삼보 후퇴한 느낌이다.
시즌 2에는 조금 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디테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작했으면 바라는 바나, 시즌 1에서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입덕시켜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넷플릭스 콘텐츠 시장에서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고요의 바다'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2021년 12월 24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