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하다 혼란해. 119분의 러닝타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시계를 계속 보게 만드는 구멍 난 서사와 어색한 브로맨스, 이 작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기자 입장에서도 난감한 작품이다.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스폰을 받아 나쁜 놈들을 잡는 강윤(조진웅 분)과 그의 뒤를 캐내는 정석의 경찰 민재(최우식 분) 사이의 이야기를 그리며 회색 지대에 선 경찰을 조명한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짜임새가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
영화의 초중반부는 민재가 강윤을 추적하며 자신의 신념과 갈등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혼란한 카메라 초점부터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식까지 올드한 연출 방식이다. 후반부 전개는 더욱 중구난방이다. 반전의 반전을 심는 전개지만 그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친절하지 못해 관객들의 의문을 자아낸다.
강윤이 가끔 드러내는 폭력성과 그것을 바라보는 민재의 심경 변화가 너무 뒤죽박죽으로 나열되어 있어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보다는 관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와중에 이 영화의 메인 요리라고도 할 수 있는 배우 조진웅과 최우식의 브로맨스 또한 어색한 티키타카만 맴돌 뿐이다. 긴 러닝타임을 지나왔음에도 두 주인공은 끝까지 친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명절에만 만나지만 절대 친해지지 않는 삼촌과 조카 같은 느낌이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독전'에서의 조진웅과 류준열의 브로맨스를 생각했다면 어쩌면 이 작품은 배우 류준열의 재발견이 되는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배우 탓이라기보다는 최우식이 지닌 이미지와 캐릭터의 설정이 서로 맞지 않는다. 맞지 않은 옷을 입었으니 당연히 그 옷을 뽐낼 수 있을 리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인 요리는 실패했지만 반찬은 감칠맛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드라마 '보이스'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했던 권율은 이번 작품에서 광기 어린 마약 유통자인 나 사장 역으로 등장한다. 차분한 모습과 폭력적인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연기는 가히 권율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 전문 배우라고도 불리는 박희순의 활약 또한 볼만하다. 강윤을 추적하는 감찰반 황인호 역을 맡은 그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안정적인 딕션은 관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새해 첫 한국 영화에 힘을 실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한 마음이 앞서나 새해 첫 영화를 이 작품으로 시작하는 관객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싶다. 일정 부분은 매우 잔인하기에 임산부와 심약자들은 관람을 자제하길 권고한다. 1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