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다. 이맘때가 되면 TV에서는 항상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나홀로 집에’, ‘다이 하드’(1편), ‘멋진 인생’(프랭크 캐프라 감독,1946)이다. 이 목록에 추가될 영화가 있다. 임대형 감독의 2017년 독립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이다. 기주봉, 오정환, 고원희, 전여빈, 김정영, 유재명 등이 출연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흑백영화이다.
충청남도 금산에서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는 모금산씨. 최근 보건소에서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내는 오래 전에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고, 영화감독을 한다는 아들은 서울에 있다. 동생과 제수씨가 가끔 찾아와볼 뿐 금산씨의 삶은 쓸쓸하다. 오직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다른 사람을 ‘마주칠’ 뿐이다. 그런 금산씨가 큰 결심을 하다. 서울에 사는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를 부른다. 그리고는 캠코더와 함께 시나리오랍시고 원고뭉치를 건네준다. “나를 위해 영화를 찍어 줘”라고. 금산씨는 젊은 시절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단다.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와 영화에 대한 유일한 연결점이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아들도, 여자친구와 함께 조금씩 아버지의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 아버지가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씩 펼쳐지는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기주봉이 연기하는 이발사 아버지의 어눌한 이야기와 종잡을 수 없는 발걸음을 쫓아가다 마지막에 큰 선물을 받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모금산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함께 찍은 영화를 보게 된다. ‘찰리 채플린’이 된 기주봉은 ‘사제폭탄을 삼킨 남자’가 되어 종종걸음을 하고, 세상을 향해 미소를 보낸다. 누군가에게 가슴 따뜻한 미소를. 세상은 어둡고, 깜깜해도 불빛은 밝게 타오른다. 그렇게 아버지의 사랑도, 아들의 그리움도, 채플린의 뒤뚱뒤뚱 걸음걸이도 짙은 페이소스로 남는다.
임대형 감독은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흑백영화 하면 떠오른 영화가 있다. <쉰들러 리스트>. 그 시대의 참상을 흑백으로 표현할 때, 윤리적으로 미적으로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유독 그런 영화가 있는 것 같다. 만약 이 영화를 컬러로 찍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애초 다가왔던 이미지가 흑백이었다.”고 말하고선, 곧바로 이렇게 덧붙인다. “흑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가 말한 것은 다 만들어낸 이유이다. 사실, 저한테는 이 세계는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찰리 채플린의 비루한 모습과 희망찬 내일이 교차하는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오늘 밤 12시 15분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시청자를 찾는다. 참, 임대형 감독의 작품 [윤희에게]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