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 감독 작품을 혹시 보셨는지. ‘밤치기’(2017), ‘조인성을 좋아하세요’(2017), ‘하트’(2019) 등 독립영화를 찍었다. 물론 저 영화에 조인성은 나오지 않는다. 감독, 각본에 연기까지 너끈히 해치우는 정가영 감독의 의도는 너무나 분명하여 보기 민망하기도 하다. 정가영 감독의 신작은 ‘연애 빠진 로맨스’이다. 전종서와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이른바 ‘상업영화’이다. 정 감독은 여기서도 자신의 장기를 펼친다.
영화가 시작되면, 서른 즈음의 남자 ‘박우리’(손석구)가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잡지사 편집실, 지금 편집장(김재화)이 펑크 난 ‘섹스 컬럼’ 집필을 그에게 떠넘긴다. 문창과 나온 실력을 발휘하라면서. 난감하다. 그 시각 서른으로 달려가고 있는 여자 ‘함자영’(전종서)의 모습이 보인다. 친구들과 술집에서 막 헤어진 남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 이 두 사람이 어떻게든 만나 연애를 하든지, 하룻밤을 자든지 할 것이다. 어떻게 만나냐고? 인터넷, 아니 모바일 시대답게 데이트앱에서 만난다. 딴 목적은 없다. 남자는 컬럼을 쓰기 위해, 여자는 뭘 모르고! 정가영 감독의 남녀탐구가 시작된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보기 불편할 수도 있고, 너무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남자든 여자든, 혹은 그 주위 사람이든, 연애의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 세수세수세수. 오직 세수를 위해서이다. (삐익~)
이 불온한 영화는 초반부에서 정체가 드러난다. 건전한, 아니 건강한 남녀의 만남을 이어주는 데이트 어플의 이름이 ‘오작교미’이다. ‘오작교’가 아니다! 캐릭터 이름부터 감독에게 엮인 배우들은 이제 ‘재밌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신성한 연기에 올인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15세관람가이다.
정가영 감독은 남자와 여자를 술집과 모텔에 던져놓고 상황극을 이어간다. 재기발랄하고도 진솔한 대사가 오간다. 목적은 불온했음에도, 분위기는 로맨스로 흐를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물론, 이 영화는 ‘목표 지향성’ 영화가 아니다. ‘과정’에 집중한다. 비록 목적지에는 도착하지는 않을지라도 만나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느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올바른 방향, 혹은 괜찮은 짝을 찾아가는 것이다. 뭔 소리. 정가영 감독의 영화는 그렇게 굉장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남녀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는 홍 모 감독보다는 젊고, 현실적이다. 전종서, 손석구가 연애에 진심이듯, 공민정, 김슬기, 배유람, 김재화, 임성재의 어시스트도 대단하다.
서른을 기준으로 넘으면 ‘장르만 로맨스’, 아래면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시라. 단, 육체적 연령이 아니라 정신적 연령이다. ▶2021년 11월 24일 개봉/ 15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