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청춘의 비애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던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 충무로의 ‘악역 군단’을 이끌고 지옥도 같은 느와르를 들고 왔다. 가상의 수도권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개연성보다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악의 에너지와 바닥에 뿌려지는 피의 양으로 승부하는, 말 그대로 ‘아수라’ 그 자체다.
안남시는 도심 재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부정부패가 판치는 무법지대다. 시장 박성배(황정민)는 직업만 시장일 뿐, 하는 짓은 전국구 악질 보스보다 더한 인물이다. 부패 경찰 한도경(정우성)은 아픈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시장의 뒤처리를 하며 살아가지만, 박성배를 잡으려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 수사관 도창학(정만식) 사이에 끼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정우성을 옥죄는 줄은 점점 끊어져 가고, 영화는 파국을 향해 폭주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누가 더 선한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나쁘고 잔인한가를 겨루는 데 있다. 시장은 시민들 앞에서 웃으며 악수하지만 뒤로는 살인을 지시하고, 검찰은 정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폭력적인 권력자일 뿐이다. 오히려 속내를 숨기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악당들이 가장 솔직해 보일 정도다. 주지훈이 연기한 문선모가 순수했던 형사에서 시장의 충실한 개로 변해가는 과정은 이 지옥도가 어떻게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지 보여준다.
후반부 장례식장에서 펼쳐지는 핏빛 난장은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처절한 액션의 정점을 찍는다. 감독은 인구 46만의 가상 도시 안남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정의가 사라진 곳에서 악인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광경은 불쾌하면서도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아수라’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김성수 감독의 지독하고도 멋진 냉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