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영화를 사랑한다면 부산국제영화제는 놓칠 수 없는 성지다. 해마다 대만은 자국 최고의 화제작을 부산에 선보이며 '대만 영화의 밤'을 통해 그 저력을 과시한다. 역대 대만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나의 소녀시대’ 역시 부산에서 먼저 소개되어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1990년대 초중반 대만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청소년들의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일상을 소환한다. 한류가 주류가 되기 전, 대만 학생들에게 우상은 홍콩의 유덕화였다. 평범한 여학생 린전심(송운화)은 유덕화의 부인이 꿈인 소녀다. 학교 훈남 구양비범(이옥새)을 짝사랑하지만, 학교의 '짱' 서태우(왕대륙)와 얽히며 각자의 사랑을 도와주기 위한 공동전선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은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변해간다.
영화는 노스탤지어를 영리하게 자극한다. 유덕화, 주성치 등 당대 스타들의 이름과 '천장지구' 같은 홍콩 영화의 흔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90년대 황금기의 향수를 부른다. 억압적인 학교 체제와 거친 패싸움 등 다소 과장된 장치가 존재하지만, 그 속에 담긴 꿈과 우정의 진정성만큼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세월이 흘러 지친 직장인이 된 린전심에게 영화는 판타지 같은 재회를 선물한다. 유덕화가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출연까지 한 이 작품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잇는 대만 청춘 영화의 정점이다. 한국에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넘어 흥행 1위를 기록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진옥산 감독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시구로 완성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