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다 스틸 ⓒ판씨네마 제공누구나 길을 가다 특정한 노래를 듣곤 발걸음을 멈춰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추억의 멜로디에서 소중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타인의 아픔이 절절히 써내려진 가사를 듣고 내 일처럼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음악의 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 음악은 진심의 언어가 된다. 음악에 담긴 마음과 마음이 서로의 진폭을 만나 공명하는 것이다.
영화 '코다'(감독 션 헤이더)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을 둔 딸이자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인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가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 분)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과 꿈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2021년 선댄스영화제 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까지 US 드라마틱 부문 4관왕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코다 스틸 ⓒ판씨네마 제공
루비는 노래를 하기 위해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고 싶다고 꿈꾸게 되지만 자신 없이는 뱃일을 하기 힘든 가족의 문제 앞에서 갈등한다. 가족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통역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의 빈자리를 걱정하는 루비는 마일스와 함께 진학하고 싶은 버클리 음대의 꿈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코다'는 코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장애에만 초점을 둔 영화가 아니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 그저 한 가족이 시간이 흐르며 맞이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들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레이디 버드'를 잠시 떠올리게 만드는 서사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익숙한 가족의 곁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험, 평생 자신이 안전하다 여기며 다져온 벽을 용기 있게 부서뜨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는 도전이 담겨 있다.
이는 루비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가족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세상과 함께 섞여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신을 바보처럼 여길까 걱정하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루비의 성장은 곧 그들의 성장과도 같다. 루비의 일보 전진은 그의 가족 또한 용기 있게 편견의 벽을 허물고 나가는 계기가 되어준다.
영화 코다 스틸 ⓒ판씨네마 제공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열망하며 산다. 불화가 있는 가정 속에서 살아온 마일스는 언제나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는 루비의 가족을 부러워하고, 그런 그에게 루비는 자신의 가족은 엉망진창이라며 오히려 암묵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마일스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토록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소년, 소녀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 그리고 그에 담긴 진심에 있다. 마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님에게 노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이들에게 음악은 언어이자 진심을 전하는 창구다.
그러니 소리가 무슨 상관인가. 진짜 음악은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울릴 수 있다. 그것이 '코다'의 전언이고, 우리의 세상을 더욱 가깝게 연결시키는 희망의 멜로디다. 8월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