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EU는 진작 제임스 건 감독을 만났어야 했다. 제임스 건이 연출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외계 생명체와 관련된 스타피쉬 프로젝트의 흔적을 사라지게 하기 위한 정부 미션에 투입된 DCEU 안티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리즈 전작에 출연한 할리 퀸, 릭 플래그 등을 비롯해 새로운 캐릭터인 블러드스포트, 피스메이커, 킹 샤크, 랫캐쳐2 등 다양한 빌런들이 등장해 자살 미션에 가까운 임무를 완수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모탈 컴뱃'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어물에 가까운 액션들이 눈에 띈다. 페이탈리티 기술처럼 '누가 어떻게 더 창의적으로 적을 죽이는가'를 대결하는 것 같은 정도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괴짜들의 단체전이다. 이것은 현장에서 싸우는 캐릭터들을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황실에서 영웅들을 바라보는 일반 요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을 배척하고 악의 존재라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작전을 응원한다.
이러한 응원의 이유는 아마 인간이라면 모두 다 지니고 있는 공통 정서인 '연민'에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을 슈퍼히어로로 만들기 위해 실험했던 엄마의 잔상에 고통스러워하는 폴카 도트 맨, 노숙자 생활을 어려서부터 하며 길거리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랫캐쳐2, 감옥 생활로 인해 딸과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블러드스포트 등 삶에 있어서 저마다의 싸움을 안고 사는 이들은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 이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기획 의도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서사다. 이 세상에는 그 누구도 쓸모없는 존재는 없으며 함께 살아감이 마땅하다.
특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 특유의 감각들이 온전히,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각 캐릭터들이 가진 서사를 적절히 설명하되 그들의 매력이 드러나는 만드는 티키타카부터 팡팡 터지는 볼거리까지 관객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도 돋보였던 배경음악 선택은 탁월하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다. 인물들의 서사를 때로는 더 경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다가가고 각 신의 무드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각 히어로들이 가진 캐릭터성과 케미스트리에 힘을 싣기도 한다. 폴카 도트 맨이 작전 전에 클럽에서 춤을 추는 신은 음악과 연출이 어우러져 가히 압권인 신이라고 꼽고 싶다.
이러한 연출 속에서 단연 가장 빛나는 존재는 할리 퀸이다. 어찌 된 것이 2020년 개봉한 솔로 무비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감독 캐시 얀)보다 더 매력 있게 그려진다. 이는 매력을 더하는 느낌보다는 할리 퀸이 지닌 본연의 매력을 풀어내는 느낌에 가깝다.
시리즈 전작들에서도 등장했던 할리 퀸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과 미치광이로서의 시선은 그대로지만 솔로 무비처럼 할리 퀸을 '조커와 이별한 여성 캐릭터'로 단정 짓지 않는다. 이때 할리 퀸을 연기한 마고 로비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독백신이 있는데, 조커라는 단어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커로 인해 존재성을 얻었던 DC코믹스의 설정을 가감 없이 뒤엎는 장면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은 '남자 없이 잘 살아'가 아니라 '그냥 잘 먹고 잘 살아'인 것이다. 이 작품은 전면적으로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그저 사랑 앞에 나약했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한 미치광이의 마음을 절절히 그려낸다. 이는 솔로 무비가 108분 만에 그려낸 서사를 단 한 신으로 압축해낸 신이기도 하다.
할리 퀸이 싱글이냐, 커플이냐를 논하던 개인전의 모습보다 더 통쾌하고 재밌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EU에 우뚝 선 할리 퀸의 존재감만으로도 이미 넘칠 만큼 흥미롭다. 클리셰를 힘차게 부셔낸 할리퀸에게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학생처럼 책상 위에 올라 외치고 싶다. 오 할리 퀸, 마이 할리 퀸! 8월 4일 개봉. 쿠키 영상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