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갈매기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젊은 사람 밞고 잡아서 좋을 게 뭐가 있어?"
"늙은 사람 모가지는 비틀어도 괜찮고?"
영화 '갈매기'(감독 김미조)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수산시장에서 일하던 엄마 오복(정애화 분)의 서사가 그려진 작품이다. 그는 딸의 상견례날 기분 좋게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성폭력 피해를 입게 되고 그는 자신에게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 세상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오복의 마음은 엉망진창이 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기괴하리만큼 적반하장이다. 다들 끔찍한 기억을 잊으라고 종용하거나, 가족들마저도 '딸의 결혼식을 망치려고 하냐'며 오히려 오복을 나무란다. 평생을 가족에게 헌신한 오복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날 정도의 고통을 안기는 2차, 3차 가해인 셈이다.
영화 갈매기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갈매기'는 서사의 중심에 서 있는 중년 여성인 오복이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 초반부에는 그가 겪었던 고통과 2차, 3차 가해에 관한 부분들이 묘사되며 이후 평생 누군가의 눈치만 보고 자라왔던 오복이 자신의 권리와 그에 대한 존중을 비로소 찾아가는 서사가 힘차게 그려진다. 물론 복수에 조명한 작품은 아니기에 현실적인 상황들에서부터 비롯된 고구마 지수가 상당히 높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김미조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중년 여성의 성폭력이라는 주제를 표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이후 이어지는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서사를 강력하게 이끌어나가며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오복의 심적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갈매기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
세상을 살다 보면 용서가 가해자의 언어로만 작용할 때를 목격하곤 한다. "용서하면 너도 편해져.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너 자신한테도 안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의 모습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가해자보다 피해를 입은 자신을 향해 검열을 시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매기'는 단호하게 말한다. 용서를 하는 주체가 내키지 않는 용서는 그 무엇도 아니라고. 더불어 용서에 있어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깥의 세상이 아닌 '나'의 세상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 세상에 '나'로 태어나 '나'의 세상을 가장 먼저 보듬어주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아주 당연한 위로를 던진다. 7월 28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