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에게 '명절엔 성룡'이라는 공식은 무려 1979년 '취권'이 서울 국도극장 단관에서 100만 관객을 모았던 시절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이다. 이제는 홍콩과 중국 영화계의 거물이 된 성룡이 7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드래곤 블레이드'는 그의 글로벌한 위상과 애국심, 그리고 세계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초대형 서사시로 돌아왔다.
영화의 배경은 2천 년 전, 한나라가 서역의 36개 부족과 세력 균형을 이루려 노력하던 시기다. 서역 도호부의 하오안 장군(성룡)은 모함을 받아 안문관의 노역수로 전락하지만, 그곳에서 로마의 반란 세력을 피해 도망온 루시우스 장군(존 쿠삭) 일행을 만난다. 동양과 서양의 두 영웅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의기투합하고, 로마의 선진 기술과 중국의 노동력을 합쳐 성벽을 재건하며 뜨거운 전우애를 나눈다.
이 영화의 가장 파격적인 설정은 역사적 상상력에 기반한 '중국-로마 연합군'의 결성이다. 실제로 기원전 중국 사서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군대 '어린군(魚鱗軍)'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감독은 동서양의 화합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끌어낸다. 티베리우스(애드리언 브로디)가 이끄는 로마 대군에 맞서 서역 36개 부족이 연합하는 후반부 전투는 장관을 이룬다.
존 쿠삭과 애드리언 브로디라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가세는 영화의 무게감을 더하며, 한국 배우 최시원과 유승준의 등장도 국내 관객에겐 흥미로운 지점이다. 성조기가 휘날리는 미국식 애국주의 영화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드래곤 블레이드'는 중국식 스케일로 풀어낸 새로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비록 중화사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나, 인류 보편의 가치인 '평화'를 성룡식 액션과 접목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대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