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폐해는 히키코모리의 양산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알몸으로 세상에 내던져질 가능성이 활짝 열린 것이다. 지난 2010년, 미국의 한 대학생(테일러 클레멘티)이 친구의 장난으로 SNS에 동성애 현장이 중계된 것 때문에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자신의 SNS로 강물에 뛰어들어 죽겠다고 유언을 남기기도. 이제는 전화를 이용한 고전적인 보이스피싱에 더불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이른바 ‘몸또’ 피해자가 생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홍석재 감독은 불과 몇 년 사이 ‘정보의 바다’에서 어느 순간 ‘범죄의 잡탕’이 되어버린 기이한 인터넷 세상의 희한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소셜포비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야기한 불행과 비극, 부정적 현상을 전해준다.
‘소셜포비아’의 시작은 한 군인의 탈영 소식이다. 지금도 여하한 이유로 군인이 총을 들고 탈영했다는 뉴스가 인터넷에 실리면 여지없이 익명의 댓글러가 호전적인 댓글들을 ‘배설’한다. “찌질한 놈 차라리 죽어라”고. 그런데 그 정말 그 군인이 자살한다면. 금세 인터넷 게시판은 성별간, 세대간 논쟁의 장으로 화한다. ‘레나’(하윤경)라는 아이디의 (아마도) 여자 키보드 워리어가 (분명) 남성네티즌의 공분을 사게 된다. 네티즌 세상의 분노는 SNS를 통해 세력화된다. 분기태천한 자들은 의기투합하여 신상털기에 나선다. 여기에 노량진 경찰공무원학원에서 수험준비 중인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이 동참한다. 네티즌의 오지랖은 전문적이고 넓다.이들은 온라인을 벗어나서 현실 세상에 뛰어든다. FBI가 아니어도, 언젠가 어느 게시판에선가 ‘배설한’ 디지털 족적은 구글링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인기BJ 양게(류준열)가 노트북 캠으로 ‘레나’의 아지트에 들이닥친다. 응원 댓글은 실시간으로 좌르륵 올라간다. 히팅 수는 상한가다. 원정대는 신이 났다. 문을 열고 그들이 본 것은, 그리고 웹캠으로 세상에 실시간으로 전달된 장면은 레나가 목을 맨 현장. 그런데 이 정도 난리는 난리도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용민과 지용은 ‘이성적 세상’으로부터 격한 비난을 받게 되고, 인터넷 세상은 레나가 자살이냐 타살이냐로 또 다시 술렁인다.
재작년 개봉된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잉투기 리뷰: 찌질이들의 파이트클럽')에서는 인터넷 세상에서 토닥거리던 네티즌들이 홧김에 현실세상에 튀어나와 주먹질하는, 그래서 그들만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찌질한 잉여청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격분한 온라인게이머의 현세격투 현상은 ‘PK’, ‘현P’ 등의 용어로 우리 곁에 실존하는 사회현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아프리카TV가 되었든 트위트가 되었든 동일 취향의 사람들이, 동일 이벤트에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동참하는 것이 쉬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플래쉬몹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세상관종들의 새로운 취미거리가 되고 말았다.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률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았던 변요한은 ‘미생’으로 뜨기 전에 독립영화계의 오달수였다. 한 해에 30편의 단편에 얼굴을 내비쳤다니 말이다. 이주승의 날선 연기도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소셜포비아’는 ‘분명 존재하는 수많은’ 20대 청년의 실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오래 전 PC통신시절에 글이 매개가 되어 감상/감정의 공유가 이루어졌다면, 요즘 인터넷의 게시물은 목적지향적 폭발물이 되어버렸다. (by 박재환 2015.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