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봉되는 영국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사암호(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군이 머리를 쥐어짤 때 한 사람이 자신을 ‘MI6소속’이라고 밝히자 다들, "군 정보국에는 5개 부서뿐이다. MI6란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 기관의 존재자체가 1급 기밀이었던 것이다. 실제, 1994년에 이르러서야 영국정부가 MI6의 존재를 공표하기 전까진 그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그 수장의 사진조차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007영화를 통해 미국 CIA나 우리나라 국정원만큼이나 유명해져버린 정보기관이 되었다. 이처럼 영국은 대단한 첩보왕국이다. 내일 개봉되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바로 그런 유구한 스파이의 역사를 가진 영국에서 건너온 재밌는 스릴러이다. 숀 코넬리나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를 기억하는 영화 팬은 물론이고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정도의 재미를 원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특수요원들의 소속은 MI6도 아니고, MIB도 아니다. ‘킹스맨’’이다. 희한하게도 ‘킹스맨’은 19세기 중엽부터 이어온 영국왕실의 재단사를 기원으로 한단다. 어쨌든 이들은 막강한 부와 정보력을 바탕으로 비밀스런 정보조직을 만들었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조직이 지능화, 세계화됨에 따라 이들 ‘양복쟁이’ 요원들도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체제로 거악(巨惡)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학교 중퇴, 해병대 중도하차, 동네 루저, 망나니 같은 청년 에그시(태런 애거튼)는 운명적으로 ‘ 킹스맨’ 조직에 들어간다. 과거는 필요 없다. 영국의 슈트‘빨’은 상상이상이니 말이다. 킹스맨이 대적하는 악당 또한 진화를 거듭했다. 시시한 코뮤니스트나 사이코 과학자가 아니다. ‘어벤전스’의 닉 퓨리 국장급은 되어야한다. 사무엘 잭슨은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천재적 인물이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글로벌한 음모’를 꾸미는 대단한 악당으로 등장한다. 듣도 보도 못한 킹스맨 신입요원과 글로벌한 악당이 지구평화를 위해 치고박고 싸우는 것이 이 영화이다. 악당이 꾸민 음모는 대단히 과학적이며, 전 우주적 스케일이다. 함부로 공짜폰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교훈까지 안겨준다. 

‘킹스맨’이 재미있는 것은 액션 씬. 특히 영국신사 콜린 퍼스가 예배당을 완전히 피로 물들이는 ‘1대 100’ 정도의 액션 씬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장도리액션 씬의 확장판이다. 3분 44초간 이어지는 원 씬 원테이크 장면이다. 물론, 이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007영화의 마지막은 항상 악당을 물리친 제임스 본드가 분위기 있는 밀실공간에서 본드걸과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이었다. ‘킹스맨’은 그 장면마저 따라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본드 걸은 록시(소피 쿡슨)도 아니고, 가젤(소피아 부텔라)도 아니다. 스웨덴 공주인 한나 알스트롬이다. 

그런데 ‘킹스맨’이란 비밀정보조직이 있냐고? 이 영화가 성공하여 속편이 10개 쯤 만들어지면 영국정부가 그 존재를 인정할지 모르겠다. 

원제 Kingsman: The Secret Service 2월 1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