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장년층에게 추억에만 아련하게 남아있는 문화아이콘이 된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조영남, 이장희, 송창식, 윤형주의 주옥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복고풍 영화로만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다. '응답하라 1974'로 스타덤에 오른 정우와 한효주의 썸씽이 관객의 감성을 100퍼센트 살려낸 멜로드라마이다. 어제(2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는 내달 5일 개봉될 영화 '쎄시봉'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에 쏠린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김현석 감독, 김윤석, 정우, 김희애, 한효주, 장현성, 진구, 조복래가 참석한 가운데 열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감독했던 김현석 감독은 “시나리오를 구상 단계에서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를 가장 먼저 떠올렸고, 그 곡에서 내 상상력이 발휘된 것 같다.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라는 가사에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나갔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고, “어수룩한 통영 촌놈인 20대 근태를 정우가 연기해 순수한 첫사랑을 보여준 반면, 지금까지 강렬한 연기를 해온 김윤석을 40대 근태에 캐스팅해 인생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관객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김윤석과 정우를 2인 1역에 캐스팅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제작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이 화제였다. 이장희(장현성-진구), 송창식(강하늘-조복래), 그리고 가공의 인물 오근태(김윤석-정우), 민자영(김희애-한효주)의 캐릭터가 영화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김윤석은 “정우와 내가 둘 다 부산이 고향이라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소탈하고 진실되게 연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고, 이를 받아 정우는 “선배님과 한 작품에서 같은 역을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었다. 선배님의 묵묵한 응원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40대 자영 역의 김희애는 “누가 뭐래도 ‘난 한효주다’라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며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효주는 “내 청춘의 한 페이지가 '쎄시봉'으로 채워질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부모님의 청춘까지 느낄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장희 역의 장현성은 “편집본을 보고 나서 20대를 연기한 배우들의 분위기를 토대로 인물들을 연구했다”고 밝혔고, 진구는 “촬영 전 장현성 선배님과 함께 실제 이장희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캐릭터에 얽힌 뒷이야기를 했다.
실존 인물의 당대 영화화에 대해 김현석 감독은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선생님을 찾아뵙고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가상의 인물 오근태와 민자영의 첫사랑 이야기로 영화를 이끌고 싶었지만, 결국 영화의 주인공은 그 시절 ‘쎄시봉’ 친구들의 음악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는 “트윈폴리오가 활동했던 그 시절은 ‘낭만의 시대’라는 말이 딱 맞는 같다. 나를 포함한 이 시대의 청춘들이 '쎄시봉'을 통해 젊음의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쎄시봉'은 오는 2월 5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