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등 혼돈의 중국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중국 민초들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에서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그림일까? 그 영화를 한국 최고의 먹방연기자 하정우가 감독을 맡았다면 어떤 맛일까? 하정우가 감독뿐만 아니라 주연도 맡고, 하지원, 전혜진, 장광, 주진모, 성동일, 이경영, 김영애, 정만식, 조진웅, 김기천, 김성균 등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다면? 모르긴해도 어마어마한 작품이 될 것이란 예감은 든다.
어제(17일) 서울 압구정CGV에서는 하정우 감독/주연의 영화 ‘허삼관’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열린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하정우 감독과 하지원, 전혜진, 장광, 이영영, 정만식, 김성균이 참석하여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다.
영화 '허삼관'은 돈도 없고, 삶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이 뒤끝만있는 남자 ‘허삼관’(하정우)가 동네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을 아내로 얻게 되고 세 아들을 얻어 오순도순 잘 살다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로 첫째 놈 ‘일락’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것.
하정우 감독은 중국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한국영화 ‘허삼관’의 차이에 대해 “제목에서부터 매혈기라는 단어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매혈을 하는 이야기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허삼관이 왜 피를 파는지, 피를 팔고 난 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더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충분히 허삼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설과 다른 점은 후반부에 나오는 문화 혁명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서 빠진 부분이고, 그 외에는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하지원과의 부부연기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상대 배우로 하지원 씨를 생각했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했다”고 전했으며 이에 하지원은 “하정우 씨는 동갑이지만 오빠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배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제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꼼꼼하게 다 챙겨줬고, 힐링이 되는 촬영장이었다”고 화답했다.
'허삼관'에서 마을의 절세미녀이자 세 아들을 둔 엄마 ‘허옥란’ 역을 맡은 하지원은 “이전까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가족의 따뜻함을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삼관을 돕는 방씨의 단짝 ‘근룡’ 역을 맡은 김성균은 “'허삼관'의 원작인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좋아했고 연극으로 공연할 당시에도 굉장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영화 '허삼관'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허삼관의 장인으로 출연하는 이경영은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허삼관'을 선택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먹방의 대세 하정우답게 배우들을 음식에 비유했다. “이경영 선배님은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보란 듯이 내놓을 수 있는 묵직한 갈비찜, 장광 선배님은 깊은 맛이 나는 불낙전골, 전혜진 선배님은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매력의 크림파스타, 김성균 씨는 흔하지만 없으면 서운한 감자조림, 오이소박이 같은 반찬, 정만식 씨는 겉모습은 거칠고 그 속을 알 수가 없지만 맛을 보면 굉장히 달콤한 단호박 찜, 마지막으로 하지원 씨는 거친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거침없는 활동성과 부드러운 매력의 연어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품평에 이어, 이경영은 “하정우 감독은 갈비찜, 불낙전골, 오이소박이, 파스타, 연어 등 모든 것을 섞어 만든 음식 같은 사람이다. 이 모든 걸 섞어도 깊은 맛이 나는 매력이 있다”고 화답.
정만식은 “봄날 개나리가 필 때 즈음의 따뜻한 햇빛 같은 따스함과 포근함이 전해질 것이다”, 김성균은 “'허삼관'은 불낙전골, 오이소박이, 단호박 같이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한상차림 같은 영화다”라며 ‘허삼관’ 영화를 소개했다.
위화는 '허삼관매혈기' 뿐만 아니라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의 원작소설, ‘형제’, ‘가랑비 속의 외침’ 등 주옥같은 작품을 써낸 당대 중국 최고의 작가이다. 위화가 이룬 현대중국문학의 금자탑을 충무로 최고의 배우 하정우가 어떻게 영화로 완성시켰는지는 내년 1월 15일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