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리 감독의 데뷔작 <도희야>는 외딴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상처받은 두 영혼이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묵직하게 그려낸 영화다. 사적인 사정으로 시골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엘리트 경찰 영남(배두나)은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의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된 소녀 도희(김새론)를 만나게 된다. 영남은 도희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와 보호하지만, 용하는 영남의 과거 약점을 파고들며 이들의 기이한 동거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정폭력, 불법 체류 노동자 착취, 동성애에 대한 편견 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을 은근하면서도 날카롭게 파고든다. 특히 배두나가 연기한 영남은 자신의 성적 취향으로 인해 사회적 압박을 받는 인물로 설정되어, 폭력의 피해자인 도희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송새벽은 알코올 의존증에 기반한 비열한 폭력성을 사실적으로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김새론의 연기력이다. 장기적인 폭력 속에 생존 본능을 터득한 소녀 도희를 연기하며, 순수한 피해자와 영악한 생존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영화는 영남이라는 외부인이 내민 손길이 도희를 구원하는 동시에, 고립되었던 영남 자신 역시 치유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타인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결국 스스로를 구하는 길임을 역설하는 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