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푸를 5월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환경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환경’영화제인 서울환경영화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오늘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동양빌딩 내 환경재단 1층 레이첼 카슨 홀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김원, 공동집행위원장인 박재동/최열, 부집행위원장 오동진, 프로그래머 김영우 그리고 올해 에코 프렌즈로 선정된 배우 김소은, 강하늘이 참석했다. 5월 8일에서 15일까지 8일간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35개 국가에서 출품된 111편의 영화를 상영된다.
김원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환경문제가 기피할 대상으로만 여겨졌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여해주셔서 감개무량하다.”라며 기자회견의 첫 포문을 열었다. 최열 대표는 “2004년,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씨를 뿌렸지만 이제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세계에서 부끄럽지 않은 영화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11회를 맞이하여 좀 더 대중화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대중친화적인 광화문 일대 공간에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 세계 유수의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극영화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수 늘어났다. 그만큼 대중들이 좀 더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엄선했다.”라고 올해 영화제의 특징을 알렸다.
올해 영화제 경쟁부문인 국제환경영화 경선의 심사를 맡을 심사위원(본선)으로는 권칠인 감독, 환경운동가 박용신, 배우 윤진서, 그리고 싱가포르 영화평론가 필립 치아 씨가 위촉되었다. 한국환경영화 경선부문에는 문석 씨네21 전 편집장과 그동안 환경문제를 자주 리포팅한 용태영 KBS기자, 정재은 영화감독이 맡는다.
개막작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호평을 받은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의 '킹 오브 썸머'가 선정되었다. 이외에 올해 상영작 중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후쿠시마의 말들(일본, 마츠바야시 요주 감독)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다룬다. 원전사고로 위기에 처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후쿠시마는 1,000년 넘게 말(馬)축제를 개최한 말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방사능에 노출된 말들은 이제 골칫거리로 남았다. 원전사고 후 사람들이 대피하면서 버려진 수많은 동물들과 가축들.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까. 원전사고의 여파를 ‘인권’이 아닌 ‘동물권’이라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다룬 작품이다.
미스터 위블로 (룩셈부르그, 단편)
지난 3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겨울왕국’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을 때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작품이다. 내성적인 성격에 강박 장애까지 있는 위블로씨에게 바깥세상은 거대한 기계와 폐품으로만 채워진 것 같은 이상한 세상이다. 그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애완용 로봇 강아지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타이어(미얀마, 캬우 묘 륀 감독)
미얀마에서 만든 33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는 어떨까. 미얀마의 오칼라파에 있는 타이어 재활용공장. 수명을 다한 타이어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용도와 삶을 보장받는다. 별다른 수사 없이 타이어 해체와 활용과정을 집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인간 vs. 쓰레기 (프랑스, 마르틴 에스포지토 감독, 다큐)
서핑 세계챔피언으로 명성을 얻은 마르틴 에스포지토. 그는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로 들어간다. 쓰레기로 배를 채우고, 인근 하천에서 몸을 씻고, 덫에 걸린 동물을 구해내고, 파도를 타듯 거대한 쓰레기더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한 시간을 보낸다. 지옥 같은 쓰레기더미 속의 삶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것도 2년을!!!
얀 베르트랑의 여행: 목마른 대지 (프랑스, A Thirsty World)
경이로운 시각적 체험을 전했던 ‘홈’이후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자신의 주특기인 항공촬영으로 지구적 환경이슈에 천착한다. 이번에는 유럽에서부터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각 대륙의 물 부족, 물 오염 실태와 최전선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광활한 항공촬영 이미지로 잡아낸다.
그날이 오면 (On The Beach,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 1959)
핵문제를 다룬 고전 영화.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가 주연을 맡았다. 무대는 핵전쟁이 끝난 이후의 호주. 세계는 여전히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고, 그 와중에도 인간의 애증과 갈등관계는 여전하다. 방사능으로 전멸한 도시에서 발신되는 모스 신호를 추적하는 미 해군 잠수한 승무원들. 지상에 누군가 살아남았단 말인가. 인류의 생존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잠수함은 도시로 향한다. 영화개봉 50여 년 만에 35미리 프린트로 소개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낙진>도 함께 상영된다.
해피니스 (핀란드 프랑스, 다큐멘터리)
1999년 부탄의 국왕 지그메 싱예 왕추크는 TV와 인터넷 사용을 승인하는 역사적인 선언을 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부탄의 외딴 마을에 사는 소년 라야는 여전히 전기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선과 도로를 따라 새 문명들이 유입된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부탄의 현재 모습, 그리고 이른바 ‘문명’이란 것이 ‘순수’를 찾아들어오는 현장을 지켜볼 수 있다.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마지막 순서는 올해 영화제 홍보대사 격인 '에코프렌즈'로 선정된 배우 김소은과 강하늘에 대한 위촉장 수여가 있었다. 한편 이번 영화제 트레일러는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영화제 공식포스터는 환경재단과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업하였다.
제 11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식은 다음 달 8일 오후 7시 씨네큐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