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태국 영화 [낭낙]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태국의 전설을 바탕으로 슬픈 공포영화였다. 태국 개봉당시 [타이타닉]보다 더 높은 흥행성적을 올렸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남편 ‘낙’과 아내 ‘막’의 애절한 이야기를 담은 [낭낙] 이야기는 태국에선 널리 알려진 전설이다. 2013년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이 슬픈 이야기에 코믹함을 조금 섞어 [피막]으로 리메이크했다. 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작품이 되었다.
그 반종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의 나홍진 감독과 함께 호러영화를 만들었다. [곡성]의 타일랜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랑종]이다. 들어보면 ‘랑송’정도로 발음한다. 무당이라는 뜻이란다. [랑종]에서 귀신 들린, 악령 씐 밍 역을 맡은 배우는 나릴야 군몽콘켓이다. 올해 22살.(2000년생) [랑종]은 영화 데뷔작이라고 한다. [랑종]이 영화팬 사이에 화제를 몰고 오자 영화사는 주연배우 나릴야 군몽콘켓과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름 표기에 대해 ‘Narilya Gulmongkolpech’ 나릴야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릴야 쿤겟몽껀’이라고 올렸다 *
▷ 랑종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가
▶나릴야 군몽콘켓: “캐스팅 제의를 받고 오디션에 참가했다. 밍을 연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배우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였다. 최선을 다해 꼭 밍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릴야 군몽콘켓: “이런 형식의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가이드라인만 쓰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요 시퀀스에 대한 설명은 다 되어있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기에 감독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밍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
▷ 감독과는 밍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나릴야 군몽콘켓: “캐릭터와 관련해서 충분히 설명해 주셨다. 이상증세가 담긴 동영상 컨퍼런스 많이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박재인 안무가가 보내주신 동영상을 감독과 보며 의논을 했다. 밍을 연기하기 위해 의견을 많이 나누었다. 밍에 대해 감독님과 제가 생각한 것이 같아 큰 충돌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최대한 리얼하게 보일 수 있도록 고심했다.”
▷ 태국의 무속신앙에 대해 따로 공부한 게 있는지. 태국 무속신앙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나릴야 군몽콘켓: “태국은 불교를 믿는 나라이지만 사후세계나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꼭 무속신앙을 섬기는 것은 아니지만 태국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대대로 믿어왔던 것이다. 귀신의 존재 같은 것을 섬기지는 않지만 그런 것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영화에서는 꽤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 속출한다. 현장에서는 어떤 조치가 있었나.
▶나릴야 군몽콘켓: “영화는 그렇지만 실제 촬영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체중감량을 할 때는 전문 영양사가 붙어서 관리해주었다. 어려운 촬영이 있을 때는 심리상담 치료사가 현장에서 조언도 해주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힘이 들었다거나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낀 것은 없다. 감독님과 동료들이 잘 챙겨주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영화에서 10킬로를 감량했다고 한다.) “초반에 4킬로 정도 늘리고, 후반부 들어가서는 10킬로를 줄여야했다. 전문가들이 잘 보살펴 주어 어려움은 없었다. 배우로 연기 열정이 있기에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 나홍진 감독은 알고 있었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영화에 합류하기 전에 ‘추격자’와 ‘곡성’을 통해 알고 있었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이다. 존경하고 있었다.”
▷ 평소 공포영화 좋아하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특별히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겁쟁이라서 그런 영화를 찾아서 보지는 않지만 흥행영화는 찾아본다.”
▷ 배우의 꿈은 언제부터 꾸었나.
▶나릴야 군몽콘켓: “14살 때 CF촬영을 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드라마를 많이 하게 되었다. 연기자라는 직업을 너무 좋아한다.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 ‘랑종’이 한국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인스타와 페북에서 확인하고 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매일매일 기쁘게 생각한다.”
▷ 영화는 끔찍하게 막을 내린다. 그 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나릴야 군몽콘켓: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적은 없다. 아마도 밍의 육체 안에는 여러 악령이 들어갔으니 몸을 해치게 될 것이다. 건강이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 연예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관심이 많다. 한국 연예계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 많이 봤고, K팝 아이돌 팬이다. 특히 이민호 배우를 많이 좋아한다. 팬이다.”
▷ 영화 배경은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아니라 이산 지역이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영화에서처럼 토속신앙이 대세인 곳인가.
▶나릴야 군몽콘켓: “영화의 대부분은 이산 지역의 로이(Loei)라는 곳에서 찍었다. 나도 이번에 영화 촬영으로 처음 가본 곳이다. 어릴 때부터 ‘이산’이라면 더운 날씨와 농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로이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고 촬영할 때 날씨도 시원했다.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답다. 이곳 사람들은 인정이 많다. 토속신앙, 무속을 실제로 믿는다. 반종 감독의 능력과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그가 촬영하기 전에 이산과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며 리서치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 많이 담아냈다. 태국 사람으로서 그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 이야기의 수위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나눴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모든 장면 촬영에 앞서 감독님이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충분히 의견을 나눴고, 협의된 촬영이다. 감독님을 믿었고, 스토리 자체가 전혀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상들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던 믿음을 담은 내용이었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악령이 씐 밍 연기에 집중하느라 무섭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이번 밍을 연기하면서 제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한 것 같다. 배우로서 배운 게 많다.”
▷ 한국에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영화인이 있다면, 향후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나릴야 군몽콘켓: “앞으로 1-2년 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마스터하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한국의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한국어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다음 작품은 배우로서 해보지 못한,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 영화에서 개고기 관련 장면이 나온다. 태국 현실은 어떤가.
▶나릴야 군몽콘켓: “법률적으로 금지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듣기로는 태국의 일부지방에서 (개고기를) 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여태 개고기를 먹는다거나 판매한다는 것을 직접 본적은 없다.”
(나릴야 배우는 이 질문에 대해 확인하고는 인터뷰 후반에 덧붙여 대답했다) “방금 확인해보니 태국에서도 불법이란다. 밍의 가족이 그런 (개고기 판매)일을 했기에 그런 벌을 받았지 않았을까요?”
▷ 이산 지역은 라오스와 국경을 대한다. 일종의 저주를 담고 있는데, 학살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거나 해서 태국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면은 없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영화에서 가문의 대를 이어온 원죄, 악행이 있는 것은 맞다. 죄를 지은 사람이 처형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이 라오스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지금 태국은 이웃 국가들과 외교를 잘해 오고 있다.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 영화에 자동차 뒤에 ‘이건 빨간 차가 아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것 관련하여 시사회에서 반종 감독이 잠깐 설명해 주었는데. 한 번 더 설명해 주신다면.
▶나릴야 군몽콘켓: 태국 사람들은 그런 스티커 많이 붙인다. 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믿음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오는 믿음, 문화이다. 그렇게 하면 사고나 위험을 예방하고, 액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럼 나릴야 군몽콘켓 배우가 갖고 있는 징크스 같은 게 있는지.
▶나릴야 군몽콘켓: “나는 불교를 믿는다. 그래서 권선징악이란 걸 믿는다. 선행을 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나릴야 군몽콘켓 배우는 한국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인터뷰 마지막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갈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관객들을 만나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언젠가는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직접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