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라도 한 듯 저마다의 사정으로 팀플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팀원들, 죠리퐁 라떼에 죠리퐁이 안 보인다며 진상을 부리는 아르바이트 가게의 손님 등 오늘날의 청춘에게 이러한 군상을 마주하는 것은 일상다반사나 마찬가지다.
제25회 2021 부천국제영화제(BIFAN)에서 총 4관왕(작품상, 배우상, 왓챠상, CGV상)을 거머쥔 영화 '액션히어로'는 현실에 대한 해탈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얼굴이 담긴 작품이다. 꿈은 액션배우지만 현실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주성(이석형 분)이 우연히 입시 비리 교수를 향한 협박 편지를 발견한 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펼쳐놓는다.
청춘들의 현실 그 자체인 이 작품은 흘러가는 내내 주인공들에게 무엇 하나 답이 없는 상황을 제시한다. 하지만 주성과 그의 친구들은 용기 있게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간다. 그들의 여정은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얹어진 고달픈 무게를 조금이나마 유쾌한 방식으로 덜어낸다.
Q. 청춘들의 이야기를 액션 영화로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런저런 일을 하다 대학 생활을 20대 중반에 시작했다. 뒤늦게 학교생활을 시작한 만큼 매일같이 학교 도서관을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도서관 내의 다른 학생들이 전부 같은 시험공부를 하고 있더라. 분명 각자 다른 학과의 학생들일 텐데 전공 책은 보이지 않고 모든 학생들이 다 똑같은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신기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학교를 입학할 때는 다 각자의 꿈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이 되던 해에 이십 대들의 잃어버린 활력을 찾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Q. '액션히어로'는 대학생들이 봤을 때 더없이 공감할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서사는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가?
요즘 영화, 미디어 등에서 그려지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삶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88만 원 세대의 당사자인 나를 비롯해 내 주변에서 보게 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분노와 신음 소리보다는 그 나름의 해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현재의 젊은이들을 더 가깝게 묘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을 좌절과 절망만 있는 이야기가 아닌, 풍자와 액션, 웃음이 있는 모습으로 다채롭게 그리고 싶었다.
Q. 선아가 비리 입시 교수의 조교로 일하는 모습, 죠리퐁 라떼인데 죠리퐁이 안 보인다고 하는 진상 고객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상황은 마치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들을 담은 작품이기도 한데, 이러한 주제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연출하려고 노력했는가?
청춘들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 또한 그런 청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어려운 현실에 있는 청춘의 상황을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들이 주제의 대상으로 보이지 되지 않도록, 이들을 쉽게 연민하지 않도록, 살아있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보이도록 각각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Q. 제목 그대로 액션이 들어간 액션물이고 속이 시원할 정도로 타격감이 폭발하는 장면도 있다. 80~90년대 홍콩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액션신을 촬영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떠한 요소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가?
80~90년대 홍콩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데 요즘 홍콩 영화가 변했다. 만듦새는 훨씬 좋아졌지만 예전 같은 아날로그틱한 홍콩 액션 영화들이 많이 나오질 않아서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술감독님께 부탁드린 것은 80~90년대 성룡 액션 영화같은 맨손 액션으로 주변에 있는 각종 집기를 많이 활용하는 액션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무술감독님이 훌륭한 무술합을 짜 주셔서 영화에 넣을 수 있었다.
Q. 액션신을 촬영할 때 특별히 참고했던 레퍼런스 작품이 있었는가?
전반적으로 명절 때 많이 봤던 성룡의 골든하베스트 액션 코미디 영화를 떠올렸다. 그 추억을 찾아서 준비했다. 딱 한 번 영화를 보면서 무술감독과 회의 한 적이 있는데 '폴리스 스토리' 2편이었다.
Q. 김재화, 이석형, 이주영 배우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이러한 배우들의 캐스팅 핵심 계기는 무엇인가?
김재화 배우님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 원래 팬이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미팅을 했을때 선배님 말씀에서 재치가 느껴졌고 차 교수 역할이 보였다. 내가 시나리오를 잘 맞춰서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석형 배우님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순수한 매력이 보였고 그 순수함과 귀여움이 주성이라는 캐릭터를 살려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태권도를 오래 해서 액션 소화를 너무 잘했다. 이주영 배우님은 선아 캐릭터가 가진 선한 아우라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모습이 우리의 선아 역할을 잘 만들어 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Q. 함께 촬영하던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촬영감독이 촬영 한 달 전까지 군인 신분이었다. 그래서 촬영감독의 부대로 가서 면회하면서 콘티(스토리보드)를 짰다. 애인의 전역 날짜만 기다리는 고무신의 기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영화 촬영 장소 중에 쓰레기장에 답사 갔을 때 쓰레기가 많지 않아서 어떻게 이곳에 쓰레기를 채워 넣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촬영 이틀 전까지 학교 축제를 해서 쓰레기장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짜로 쓰레기장 미술을 할 수 있었지만 진짜 쓰레기이다 보니 구더기로 고생했다.
'갑질손님' 역으로 나온 윤성민 배우님은 원래 마동석 배우님의 대역 스턴트를 하시는 분이다. 워낙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 마동석 배우님이 '이터널스'를 찍으러 해외에 가게 됐고 몇 년 만에 쉬던 틈에 '액션히어로'에 출연해주셨다. 운이 좋았다.
Q. '액션히어로'는 부천국제영화제 4관왕의 쾌거를 달성했다. 소감과 특별히 감사했던 사람들이 궁금하다.
모든 '액션히어로' 가족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 작품을 초청해주신 영화제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Q. '액션히어로'는 청춘 관객 뿐만 아니라 이십 대를 지나온 모든 관객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영화를 찾아줄 관객들에게 관람 포인트나 어필하는 메시지를 남긴다면 무엇일까?
'액션히어로'는 시원한 액션과 건강한 웃음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이십 대 안에 담겨 있는 활력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십 대, 혹은 이십 대를 지나온 모든 관객 분들 마음에 품고 있는 (영화에서는 '액션히어로'로 상징되는) 희망과 꿈을 떠올리면서 기분 좋게 극장을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처럼 덥고 힘든 시기에 사이다 같은 영화이니 시원한 극장에서 많이 즐겨 주시면 현 시기의 답답함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