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장이 된 감독의 데뷔작을 보면 놀라게 되는 작품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대결)나 피터 잭슨(배드 테이스터), 워쇼스키 형제(바운드)의 작품을 보면 재기 넘치는 천재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봉준호(플란다스의 개)나 류승완(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오밀조밀한 작품 구성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이 신인 감독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 그런 작품이 막 도착했다. 이진호 감독의 [액션 히어로]라는 작품이다.
‘액션 히어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B급 정서가 지배한다. 시작부터 어설프다. 쇼브러더스와 골든하베스트를 섞은 ‘골든 브러더스’ 로고와 함께 시작되는 아날로그 액션 활극은 ‘무술을 못하는 류승완’이 찍는 코믹물을 기대하게 만든다. 예상대로 액션 주인공은 결정적인 순간에 눈을 뜬다. 꿈이었다. 그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주성(이석형)이다. 주성치에서 왔을 것이다. 주성은 ‘공무원합격’보다는 청강하고 있는 연극영화과에서 영화 한 편 찍는 것이 더 소원인 모양이다. 이 학교 연극영화과 조교 선아(이주영)는 학과장(김재화)의 노예나 다름없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청년들의 ‘헬’ 현실과 익숙한 캠퍼스 비리를 앞에 두고 의욕 넘치는 청강생과 의기소침한 조교가 난공불락의 상아탑 비리를 뿌리 채 뒤흔들 액션을 펼친다. 잘 될까.
배우들의 어설픈 몰입과 찰진 연기가 묘한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킨다. 도서관에선 토익 아니면 공무원 문제풀이를 하는 암울한 현실에서 사회에 내던져지기도 전, 그들의 캠퍼스에서 맞닥치는 부정과 비리, 불공정의 세상에 어떤 리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이진호 감독은 카메라를 든다. 영화 속 영화가 완성될까. 우울한 오늘의 청년의 고뇌를 기본으로 깔면서도 유쾌하게 꼰대들에게 공중날아 발차기를 시전한다. 이진호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버닝> 연출부를 거쳤단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액션히어로'는 지난 주 막을 내린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경쟁에 초청돼 작품상, 배우상(이석형), 왓챠상, CGV상(배급지원상) 등 4관왕을 차지했고, 21일 개봉된다.